◇공포의 문법/듀나 지음/272쪽·1만8500원·어크로스
무서운 공포물의 이면에는 오래된 공포물의 문법이 있다. 한국 장르 영화 비평가이자 장르 소설가인 저자가 공포물의 테크닉을 분석한다. 페이크 다큐의 뿌리가 된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충격을 주는 ‘점프 스케어’ 기법 등 200년 넘는 시간 동안 진화해 온 공포물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포물이 갖는 태생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대목이다. 공포물은 등장인물의 고통이 오락이 되는, 어찌 보면 비윤리적인 장르다. 하지만 ‘옥수수밭의 아이들’ ‘저주받은 도시’ ‘링’ ‘주온’ 등 공포영화 속 괴물은 대부분 비백인, 여성, 어린아이다. 이들은 현실 세계의 약자다. 이 때문에 괴물은 공포와 혐오를 부르는 동시에 연민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엔 이러한 문제의식이 더욱 다양한 공포물을 낳고 있기도 하다. 흑인 감독 조던 필의 ‘겟 아웃’ 등 공포 영화계에서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 주름잡던 위계질서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러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배”라는 저자의 말대로 앞으로의 호러가 기대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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