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지시 때마다 녹음기 켜는 직원 어떡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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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지시 때마다 녹음기 켜는 직원 어떡해야 하나요?"

#"제 정당한 방어권 아닌가요?"
제조업 기반 중견기업의 인사담당자 박 팀장은 요즘 출근길이 고역입니다. 몇 달 전, 상습적인 업무 태만과 동료들에 대한 폭언으로 대기발령을 받았던 차장 A씨가 복직하면서부터입니다. A씨는 복직 첫날부터 하루하루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상급자인 이 부장이 업무 지시를 내리려고만 하면 A씨는 기다렸다는 듯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동의 안 하셔도 전 무조건 녹음합니다. 나중에 딴소리 마세요"라거나 몇 장짜리 문서를 들고 와서는 자신이 대화 내용을 요약한 것이라며 이 부장에게 강압적으로 서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참다못한 동료 직원들이 노조 게시판에 A씨의 행동을 우려하는 글을 올리고 이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자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버렸습니다. A씨가 해당 글을 올린 직원과 댓글을 달며 동조한 동료 6명에게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며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입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직원들은 보복의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인사팀에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박 팀장이 면담을 요청하자 A씨는 "회사의 부당한 조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합니다. 징계 대상자 또는 피신고인에게 보장된 방어권의 행사가 조직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 및 동료들의 근무환경을 저해할 때, 회사는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해야 할까요?

#방어권이라는 이름의 '공격', 법원은 어떻게 보았나
실제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2021구합87118 판결)은 A씨가 행한 '방어적 조치'들의 위법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근로자에게 보장된 정당한 방어권과 권리 행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그 선을 넘은 행위를 역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가’였습니다.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닌,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또 다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거부하는 상사 앞에서의 일방적 녹음과 서명 강요
A씨는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에 어떠한 불법행위나 긴급한 채증의 필요성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한 상급자가 정당한 업무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지속·집착적으로 반복하고, 녹음 도중 상사에게 "이런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것도 저한테는 불이익에 해당한다. 그걸 명심해라", "부장님은 연구소장이 아니고 직무대리다"라며 상사의 지위를 폄하하고 법적 리스크를 경고한 행위를 짚었습니다. 법원은 "상급자로 하여금 강력한 법적 분쟁의 부담을 느끼게 하여 정당한 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관계의 우위를 활용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동료들을 향한 무차별적 내용증명 발송
‘다수의 동료가 의견을 모아 게시판에 글을 썼다면 동료들이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A씨 역시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게시판의 글이 정당한 조합 활동의 일환이었고 내용도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글 작성자뿐만 아니라 단순히 ‘찬성(좋아요)’을 표시한 동료들에게까지 무더기로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라며 내용증명을 보낸 행위는 "그 자체로 상당한 정신적 위협과 위축감을 유발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건전한 사내 소통 구조 속에서 선제적·악의적 ‘법적 타격 수단’을 남용하고 그 수단의 강력함으로 인해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실질적인 우위를 점한 괴롭힘 행위라는 취지입니다.

자신의 피해나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타인을 위협하고 조직을 마비시키는 무기로 변질된다면, 더 이상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선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관리자(상사)를 위한 '드라이(Dry) 피드백' 및 대응 가이드
최근 노동법 지식이 대중화되면서, 징계 대상자나 가해 혐의자가 도리어 법적 도구를 선제적으로 활용해 사건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거나 조직문화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회사가 이러한 '방어권 남용형 갈등'을 예방하고 실질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거나 교육 시행 시 사전에 교육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회사는 사전에 이 같은 행위가 '별도의 징계 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공식화하여 사내 기준을 명확히 구성원들에게 인지시킬 때, 비로소 건강한 조직 관리를 위한 단단한 컨센서스가 형성됩니다.

누군가가 녹음기를 들이밀 때 상사가 당황하여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가해자의 징계 무효 소송에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관리자가 구성원들에게 매뉴얼에 근거하여 피드백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예컨대 "A 차장, 지금 하시는 녹음과 서명 요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지시는 제 개인 의견이 아니라 회사의 업무 매뉴얼과 상벌 규정에 근거한 정당한 지시입니다. 지시 내용에 이의가 있다면 정식 소명 절차를 거치시고, 지금은 업무에 복귀해 주십시오"라고 하는 등 오직 '조직의 기준과 업무 내용'만을 건조하게(Dry) 말하도록 가이드합니다. 질책의 내용이 철저히 업무 기준에 부합한다면, 상대가 이를 백 번 녹음하더라도 그것은 괴롭힘의 증거가 아니라 상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평소 업무 피드백 역시 관리자의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실제 관찰한 '상황과 행동'이라는 철저한 사실(Fact)에 기반하여 표현하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방어권이라는 이름의 남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회사가 회색지대 뒤에 숨은 교묘한 가해 행위를 방치하는 순간, 조직의 규칙은 무너지고 묵묵히 일하던 다수의 선량한 직원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꼼꼼하게 준비된 사규와 매뉴얼, 그리고 감정을 배제한 냉철한 기준 정립이 우리 조직문화를 지키는 가장 실효성 있는 예방책입니다.

박윤진 행복한일노무법인 공인노무사/고충예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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