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은퇴 후에는 국민연금 외 별다른 수입이 있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넉넉지 않은 사람들도 많죠. 하지만 큰돈이 나갈 일은 계속해서 생기기 마련입니다. 은퇴 후 주거지를 옮길 수도 있고, 건강이 나빠져 수술을 하는 등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국민연금공단은 2012년부터 국민연금 수급자를 위해 저금리로 목돈을 빌려주는 ‘노후긴급자금 대부(실버론)’ 제도를 운용 중입니다.
전·월세 보증금 등으로 최대 1000만원 대출
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긴급자금 대부 이용액은 463억9600만원으로 전년(447억2700만원) 대비 16억6900만원 증가했습니다. 이 중 68.3%(316억7000만원)에 해당하는 돈이 전·월세 보증금에 사용됐습니다.
금액이 아닌 사용 건수로 살펴봐도 전·월세 보증금 용도가 전체 7161건 중 54.6%인 3914건을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를 의료비와 배우자 장제비가 금액 기준으로 각각 29.8%(138억400만원), 1.3%(6억800만원)로 집계됐습니다.
2023년에도 실버론 이용액 1위는 전·월세 보증금이었습니다. 447억2700만원 중 66.3%인 296억6700만원이 전·월세 보증금 용도로 쓰였습니다. 그 뒤를 의료비(140억3400만원)와 배우자장제비(7억300만원)가 이었습니다.
실버론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의 국민연금 수급자입니다.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인 국민연금 형태의 노령연금과 이혼 시 받는 분할연금, 유족연금, 장애연금(1~3급) 수급자 등이 해당합니다. 다만 연금 지급이 중지된 사람이나 국민연금에서 지급받은 대부금 상환이 완료되지 않은 사람, 개인회생 또는 파산 신청 후 면책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 등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실버론 신청자는 연간 연금수령액의 2배(최대한도 1000만원) 이내에서 실제 소요 금액만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월 45만원의 연금을 받는 A씨에게 500만원의 의료비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A씨 한도액은 연간 연금 수령액(월 45만원×12개월=540만원)의 두 배인 1080만원이지만 최대한도는 1000만원이기 때문에, 이 한도 내에서 실제 소요액인 500만원을 빌릴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연금 월 수령액이 60만원인 B씨가 월세 보증금 1200만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B씨의 대출한도는 1440만원(월 60만원×12개월×2배)이지만 최대한도가 1000만원이기 때문에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1000만원이 됩니다.
다만 단순 생활비 용도로 실버론을 이용할 순 없습니다. 실버론은 긴급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제도기 때문에 전·월세 보증금,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 등의 용도로 대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구체적으로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주택 임차계약을 체결하거나 본인과 배우자 치료를 위해 의료비를 납부할 때,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자연재해, 화재 등으로 피해를 본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올 2분기 이자율 연 2.69%
실버론을 이용하기 위해선 신청 기간도 지켜야 합니다. 전·월세 보증금은 임차개시일 전·후 3개월 이내(갱신계약은 갱신계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 의료비는 처방 일로부터 6개월 이내 신청해야 실버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장제비는 사망일로부터 3개월 이내, 재해복구비는 재해발생일 또는 재난지역 선포일로부터 6개월 이내입니다. 국민연금 수급자인 신청자는 각 대출 용도에 맞춰 전·월세 계약서, 진료비 계산서, 사망 진단서, 피해 사실 확인서 등을 제출하면 됩니다.
2012년 5월부터 운영 중인 실버론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자율은 분기별로 결정되는데 올 2분기 기준 이자율은 연 2.69%입니다.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과 예금은행 가중평균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중 낮은 금리에 연동해 분기별로 변동금리가 적용됩니다. 연체 시 적용되는 이자율은 연 5.38%(올 2분기 기준)입니다.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2024년 3분기 3.44%, 2024년 4분기 3.01%, 2025년 1분기 2.86%, 2025년 2분기 2.69% 순입니다. 연체이자율은 여기에 각각 두배를 적용합니다.
실버론을 통해 빌린 돈은 매월 국민연금에서 빠져나가는 형태로 상환됩니다. 빌린 돈이 이자와 함께 국민연금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노후자금을 미리 당겨쓰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출금은 최대 5년간 원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으로 갚게 됩니다.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납부하는 거치기간(1~2년)을 포함하면 최대 7년까지 분할상환도 가능합니다. 매월 국민연금을 받는 날에 자동으로 이체하거나 연금에서 원천 공제하는 방식으로 갚으면 됩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