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심리 확대가 ‘영끌’, ‘패닉바잉’과 같은 과도한 시장 반응을 유발해 실제 가격과 가계부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리 인하기에 주택시장 과열로 인한 금융불균형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 유기적인 정책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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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주택가격 기대심리, 높은 변동성에 강한 지속성까지
한국은행이 15일 발간한 ‘BOK이슈노트: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높은 변동성과 강한 지속성을 동시에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의 주택가격전망CSI 항목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변화하는 폭이 크며 한번 형성된 기대는 장기간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즉 기대심리는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일정 기간 가파르게 변화하다가, 추세가 전환되면 또 다른 방향으로 가파르게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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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변동성의 원인으로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김우석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조사역은 “가계가 주택을 소비재가 아닌 투자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거시경제 여건의 변화가 기대 형성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면서 변동성이 커졌을 개연성이 있다”면서 “이에 따라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상하 진폭이 크면서 순환주기도 비교적 긴 사이클 형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물가 기대심리와 달리 실제 주택가격 변동에 선행해 나타났다. 가격상승률과 기대심리 간 시차 상관계수에 따르면,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실제 주택가격 상승률을 약 8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물가 기대심리는 같은 달의 물가상승률과 가장 높은 상관계수를 보여 동행성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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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결정 요인은 거시경제적 파급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가격 자체의 과거 흐름보다는 산업생산, 주가, 금리, 착공실적 등 거시경제나 정책여건 전반을 반영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실제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상승할 경우, 주택가격, 가계부채, 산업생산, 물가 등 주요 거시지표가 모두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리 인하는 주택가격 기대심리를 강하게 자극하며 거시건전성 정책이 미비할 시 자극 효과가 크게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조사역은 “특히 3~4개월 후부터는 산업생산보다 가계부채 상승세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면서 “이는 기대심리 과열이 신용팽창 및 금융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통화정책과 정부 정책 공조로 집값 과열 막아야”
뿐만 아니라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심리는 실제 가격과 가계부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은이 지난 2년간(2020년 5월~2022년 5월)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2020년 4월의 중립적 수준에서 유지됐을 경우를 가정한 반사실적 시나리오 분석을 한 결과, 2022년 5월 기준으로 실제보다 주택가격 상승폭은 절반 수준(기간 중 24% 상승→11% 상승),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 상승폭은 약 3분의 1 정도 낮았을 것(기간 중 7.6%포인트 상승→4.9%포인트 상승)으로 추정됐다. 이는 주택가격 기대의 안정적 기준점을 설정하는 앵커링(anchoring)이 정책적으로 중요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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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높은 수준에 달해 있어 기대심리가 과열돼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조치 등을 통해 추가 상승 기대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황 실장은 “무엇보다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 유기적인 정책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통화정책에 따른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반응은 거시건전성 정책 국면에 따라 제한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