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쌀과 달리 현미는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이 상대적으로 더 풍부한 겨(속껍질)를 포함하고 있어 영양 측면에서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미에는 백미보다 매우 높은 수준의 무기 비소가 함유 돼 있다. 무기 비소는 독성 물질로 분류된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학술지 위험 분석(Risk Analysi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현미의 영양 성분이 몰려 있는 쌀겨에 발암 물질로 알려진 무기 비소가 제법 높은 수준으로 담겨 있다.영양학적으로는 더 우수하지만 독성 성분 함량이 더 높을 수 있다는 ‘현미의 역설’이다.
연구진은 왕겨(겉껍질)와 현미(쌀겨 포함)에는 곡물 배유(백미)보다 비소 농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높은 비소 농도는 토양과 농업용수의 비소가 주로 쌀알의 바깥층인 껍질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백미는 껍질을 완전히 제거하기 때문에 비소 농도가 낮다.연구 결과 현미는 백미보다 총 비소 함량이 약 24%, 무기 비소가 약 40% 더 높았다. 주목할 점은 왕겨다. 흰쌀 대비 비소 농도가 최대 10배 더 높았다. 왕겨를 완전히 벗겨낸 백미와 달리 현미는 속껍질 일부를 남긴 것이기에 찜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무기 비소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중금속이다. 유기 비소는 인체에서 빠르게 빠져나가 큰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농약과 살충제 등에 들어있는 무기 비소는 많은 양을 섭취하거나 오랜 기간 축적되면 발암 위험이 있다. 무기 비소는 심혈관 질환과도 관련 있다.
연구진은 성인의 경우 현미와 백미의 비소 함량 차이로 인해 심각한 건강 위험을 겪을 확률이 높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체중 당 음식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5세 미만 어린이에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미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생후 6~24개월 어린이는 비소 노출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영·유아의 경우 체중 1㎏당 하루 0.295㎍(마이크로는 100만분의 1)의 무기 비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는 국제 식품 안전 당국의 권장 기준인 0.21㎍을 초과한다.
현미를 규칙적으로 섭취한 생후 6~24개월 영·유아는 백미를 섭취한 동 나이 대 영·유아에 비해 비소 노출 추정치가 2배 정도 높았다.
연구진은 현미를 섭취하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미국산 쌀의 평균 비소 함량은 0.1~0.46µg/㎏의 권장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만 어린 자녀를 두 부모와 보호자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0년 국내 연구진이 수행한 ‘국내 비오염 논 토양에서 재배한 현미와 백미 중 비소화학종 함량’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현미와 백미의 총 비소 함량은 ㎏당 각각 0.18㎎과 0.11㎎이었고, 무기 비소 함량은 각각 0.11㎎과 0.07㎎이었다. 이는 국제 식품규격위원회의 권장 기준인 현미 0.35㎎/㎏과 백미 0.2㎎/㎏을 초과하지 않아 안전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현미 및 백미 중 총 비소 함량에 대한 무기비소의 평균 함량 비는 각각 0.65과 0.67이며, 발암 위해도와 비교한 결과 장기간의 쌀 섭취로 인한 암 발생 확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현미 섭취는 안전상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어린 자녀가 있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소 함량을 줄이려면 쌀을 물에 여러 번 씻어야 한다. 맑아질 때까지 쌀을 씻거나 충분한 양의 물에 불린 후 버리고 새 물로 지으면 비소 함량을 낮출 수 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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