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이스피싱 피해액 벌써 8856억원…1조 돌파 초읽기

지난달까지 올해 8개월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누적 88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첫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1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월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1만6765건, 피해액은 8856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전체 피해액의 76.2%에 해당하는 6753억원은 발신자가 자신의 신분을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관계자라고 속이는 기관사칭형 수법으로 발생했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1건당 피해액은 743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18만원 대비 76.3% 급증했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약 52%는 20·30대 청년들로 집계됐다. 특히 1억원 이상 고액 피해자 중 20·30대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17%에서 올해 5~7월 34%로 2배 늘어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청년층에게서 돈을 뜯어낼 때 가상자산 형태로 건네받아 이를 해외 거래소로 빼돌리고 있다.

20·30대 청년층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수법에 취약한 이유로는 개인정보 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점이 꼽힌다. 다른 세대에 비해 청년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빈도가 높은데, 이는 범죄 조직이 범죄 시나리오를 짜는 데 악용된다. 비대면 금융 환경과 가상자산 투자에 익숙하다는 점도 금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특징은 피해자가 ‘셀프 감금’ 상태에서 범죄 조직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범인들은 “원칙적으로는 구속 수사를 해야 하지만, 특별히 ‘임시 보호관찰 조치’로 편의를 봐주겠다”며 피해자를 속인다.

검사 사칭 피싱범은 “당신은 범죄에 연루됐다”며 겁박하고, 금감원 관계자를 사칭한 이는 “명의 도용 피해가 의심된다. 당신이 범죄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라고 어른다. 또 범인들은 “본인 부주의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으니 반성문을 제출하라”고 하고, 이를 참고해 또 피해자의 약점을 잡기도 한다.

피싱범들은 정교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범행 대상이 보유한 자산은 물론, 주택청약 담보 등 대출까지 받게 하고 이 돈까지 앗아가며 피해자들을 재기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있다. 피해자의 모든 자산을 탈취한 뒤에도 범인들은 “피해자 입증 절차에 법원 공탁금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보내라”라고 요구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셀프 감금’ 유형 범죄의 피해 예방을 위해 최근 홍보 포스터 5만 부를 제작해 전국 숙박업소에 배포했다. 피해자들 중에선 숙박업소에 게시된 포스터를 보고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금전적 피해를 예방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경찰은 금융사 직원, 통신사 대리점주 등을 대상으로 주요 범행 수법과 대응법을 안내하는 등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협업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최근 기관사칭형 범죄는 심리적 지배 전략으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커다란 재산 피해가 동반되고 있다”며 “경찰은 범정부 종합대책에 발맞춰 대응인력 확대, 대규모 특별단속 등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서도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범죄 수법과 대처 방법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최근 8개월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월 평균 약 11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달이나 다음 달 중 올해 누적 피해액은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경찰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로 올해 8월까지 20년간 누적 피해액은 6조5992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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