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퍼는 내 스타일 아니야”는 문구를 본 소비자라면 대부분 버거킹의 경쟁사 광고로 착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버거킹이 직접 제작한 광고다.
12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버거킹은 제일기획과 손잡고 새로운 치킨버거 ‘크리스퍼’의 출시에 맞춰 해당 광고를 선보였다. "와퍼는 내 스타일 아니야"로 시작한 이 광고는 "하지만 나는 크리스퍼를 사랑해"라는 멘트로 끝난다. 대표 메뉴인 와퍼의 높은 인지도를 역이용한 광고 전략을 펼쳤다.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자사 대표 제품인 와퍼를 부정하는 도발적인 카피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퍼는 버거킹이 새롭게 선보이는 치킨버거 브랜드다. 지난 4월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출시됐다. 버거킹은 크리스퍼를 기반으로 다양한 치킨버거 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크리스퍼는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 40만개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버거킹 관계자는 "치킨버거를 통해 고객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와퍼를 좋아하는 고객, 와퍼를 좋아하지 않는 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버거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버거킹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이른바 ‘셀프 디스’ 전략을 통해 반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비건 마요네즈 브랜드 ‘낫마요’는 제품을 먹고 구역질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그대로 담은 광고를 선보였고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문구로 환경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선규 제일기획 팀장은 “자신을 깎아내리는 마케팅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주목도를 높여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임팩트를 선사한다”며 “유머 감각을 갖춘 브랜드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MZ 타깃 브랜드들이 시도하기 좋은 마케팅 방식”이라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