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아름다움[내가 만난 명문장/양정웅]

1 week ago 19

양정웅 연극 연출가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무대 위에서 늘 시간과 사투를 벌여 왔다. 암전과 핀 조명 사이, 찰나에 피어났다 사라지는 무대의 허무함을 마주할 때마다 괴테의 이 문장은 늘 가슴을 서늘하게 파고들었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걸며, 이 말을 내뱉는 순간 파멸을 맞이하기로 계약한다. 지식, 젊음, 쾌락, 권력 등 모든 욕망의 끝자락을 질주하던 그가 마침내 이 대사를 읊조린 곳은 화려한 궁정이 아니었다. 타인을 위해 척박한 땅을 일구고, 자유로운 땅에서 함께 땀 흘리는 공동체의 현장이었다. 연출가로서 나의 여정 역시 파우스트의 방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늘 완벽한 미학과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찾아 배우와 스태프들을 밀어붙이고 스스로를 괴롭혔다. 하지만 막이 내리고 텅 빈 객석에 어둠이 내려앉을 때면, 박수갈채도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흩어지며 깊은 고립감이 밀려오곤 했다. 과연 내가 붙잡으려 했던 그 ‘완전한 아름다움’이란 실재하는 것인가. 그 답을 ‘파우스트’ 속에서 찾았다. 파우스트를 구원한 것은 박제된 완성이 아니라, 멈추게 하고 싶을 만큼 치열하게 갈망했던 ‘생의 치열한 과정’ 그 자체였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지만, 바로 그 방황과 분투야말로 인간이 지닌 숭고한 빛이다. 공연은 흘러가 버리기에 눈부시고, 삶은 붙잡아 둘 수 없기에 애틋하다. 차가운 무대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배우들의 땀방울, 연습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나눈 침묵 속에 이미 삶의 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도 삶의 한가운데서 외친다. 끊임없이 방황하고 흔들리며 나아가는 지금, 이 살아 있는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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