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트북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온 삼성전자가 온라인상에선 예전만 못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프라인 최강자 면모와 달리 쿠팡 등 이커머스 채널에선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판매 부진으로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점유율도 떨어지는 추세다. LG전자뿐 아니라 외산 브랜드들이 온라인에서 약진하며 삼성전자 아성을 넘보는 형국이다.
희비 엇갈린 국내외 브랜드 ‘노트북 전쟁’
11일 유통 및 가전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기준 국내 노트북 시장 점유율 37%로 국내 1위지만, 온라인 시장으로 국한하면 점유율이 27% 수준으로 줄어든다.
삼성전자 노트북의 '온라인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국내 1위 이커머스 쿠팡에서의 판매가 저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분기 쿠팡에서 삼성전자 노트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같은 기간 LG전자 노트북 매출은 18% 증가했다. 미국 휴렛패커드(HP), 대만 에이수스(ASUS)와 에이서(ACER), 중국 레노버 등 4대 외산 브랜드 노트북 매출도 10% 가량 늘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LG전자와 외산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가 급격히 늘면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오랫동안 국내 노트북 1위를 고수해온 절대강자인 삼성전자가 온라인 채널에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1분기 기준 국내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노트북 판매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됐다는 얘기다.
외산 노트북은 최근 수년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상품군을 늘리면서 공격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업계 관계자는 “HP와 레노버, 에이수스의 한국 매출의 90% 가까이 온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에이수스는 쿠팡에서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LG전자와 대비된 '온라인 전략'
노트북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한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등 유통업체들이 로켓배송이나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온라인 구매 허들이 크게 낮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구독 및 관리 서비스 ‘AI 구독클럽’을 내놓고 자체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등 직접판매(D2C)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 채널이 쿠팡·네이버 등 주요 이커머스 채널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자사몰 강화 전략만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사몰 강화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단골 고객’을 늘리는 중요한 전략”이라면서도 “막강한 고객 접점과 트래픽 기반으로 가전제품 말고도 식품이나 생활 필수품 등을 ‘원스톱’으로 살 수 있는 이커머스 채널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LG전자도 자체 구독 서비스와 자사몰을 운영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그러나 주요 이커머스 채널을 적극 활용하며 판매를 늘리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스마트폰을 제외한 쿠팡의 가전·디지털 카테고리 판매액에서 처음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가전제품을 대거 쿠팡에 납품하며 판매를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토종 노트북 메이커로 위상을 높이고 외국산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온라인 채널 전략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