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것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과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린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부동산 대책이 세금 규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에 방점을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세금으로 주택 수요를 억제한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벗어나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 확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택지지구 물량 증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이 주요 공급 확대 방안이다.
◇ 수도권 주택 공급 ‘위기’
올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 입주량(부동산114 기준)은 12만5878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작년 수도권 집들이 물량(17만1762가구)보다 26.7%(약 4만5000가구) 적은 규모다. 내년에는 7만3460가구로 더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서울은 9493가구로 1만 가구에도 못 미친다.
시장에선 공사비 인상과 주택 착공 물량 급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18만6408가구이던 수도권 주택 착공 실적은 2023년 12만1091가구로 감소했다. 지난해 16만5150가구로 소폭 반등한 뒤 올 들어 4월까지 3만6058가구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착공부터 입주까지 3년 정도 시차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2027년 이후 입주 물량 감소와 집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는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을 강조했지만 공사비 급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심화 등으로 공급이 뒷걸음질 쳤다”고 말했다. ‘진보 경제학자의 원로’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집값 폭등의 전조가 심상치 않다”며 “이재명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또다시 집값이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공급 방안 원점서 재검토
새 정부는 출범 후 통상 1~2개월 새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공급 대책을 내놓아 규제 중심 정책의 부작용으로 고전한 과거 진보 정부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공공 물량을 추가로 늘려 잠재적 수요를 진정시키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통합 등을 통해 도심 주택 공급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200%대인 3기 신도시 용적률을 1기 신도시 재정비 수준인 300~350%로 높이고, 주택용지 비율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매수 심리를 청약 대기 수요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수도권 택지지구 개발 후보지를 정밀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과거 계획이 무산된 ‘8·4 공급 대책’(2020년) 후보지도 검토하는 등 모든 카드가 공급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당시 정부는 태릉CC, 용산캠프킴, 서울의료원 등 신규택지 후보지와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해 서울권역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부분 사업이 무산됐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개발도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토부는 작년 ‘8·8 주택공급 방안’에서 서울 서초구 서리풀, 고양대곡 역세권,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등 4개 지구의 그린벨트(688만㎡)를 해제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전체 그린벨트(149.09㎢)에서 부분적인 토지 이용이 가능한 비오톱(생물서식지) 3등급 이하는 19.5%인 29.0㎢다.
심은지/유오상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