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 대학교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뇌의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가 부족한 비상 상황에서도 우리가 정신을 날카롭게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미주리 대학교의 R. 스콧 렉터(R. Scott Rector) 교수와 테일러 켈티(Taylor Kelty) 연구원(박사 후 연구원)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간의 케톤 생성 장애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를 지구력 운동으로 예방 가능’이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생리학 저널(The Journal of Physiology)에 게재되었다.치매 환자는 2019년 5740만 명에서 2050년 1억 5280만 명까지 증가할 전망(세계 보건기구)이다. 초 고령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이 연구는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나이가 들더라도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신체는 평소 포도당을 주된 연료로 쓴다. 포도당이 부족해지면 간에서 대체 에너지원인 케톤(ketone)을 생성해 뇌에 공급한다. 공복 상태, 또는 저탄수화물 식단처럼 포도당이 부족할 때, 간은 지방을 분해해 베타-하이드록시뷰티르산, 아세토아세트산, 아세톤 등의 케톤체를 만든다. 케톤은 혈류를 타고 뇌신경 세포에 도달해 포도당이 부족할 때 뇌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케톤이 뇌를 비롯해 신체의 주요 에너지원이 되는 것을 케토시스(ketosis) 상태라고 부른다.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쓰면 세포 내 미트콘드리아의 효율이 높아져 기억력, 집중력, 학습 능력, 그리고 전반적인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포도당 대사 때보다 활성산호 생성이 적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만약 간에서 케톤을 충분히 생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운동이 케톤 결핍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연구진은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미주리 대학교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동물 실험을 통해 간에서 케톤 생성이 제한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예상대로 케톤 생성이 차단되자 뇌 기능과 기억력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구력 운동을 하면 케톤 생성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인지 기능이 회복되는 효과를 보였다.
켈티 박사는 ”연구 시작 전에는 케톤이 줄어들어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운동을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운동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지 장애를 피하면서 운동의 이점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메커니즘이 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렉터 교수는 운동의 효과가 얼마나 복잡한지 강조했다.
”이 연구는 우리가 아직 모든 분자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운동이 우리 몸에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이로움을 주는 지 보여준다. 하나의 경로를 제거하더라도 운동은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러한 결핍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번 연구는 특히 케톤 생성이 어려운 간 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이다.켈티 박사는 ‘간-뇌 연구’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심각한 간 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치매 발병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간에서 케톤 생성이 방해받으면 인지 기능 저하의 잠재적 원인이 되어 궁극적으로 치매와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뇌에 케톤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신체 활동을 통해 뇌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운동은 나이가 들어도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켈티 박사가 말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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