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계란 위주 반찬에 밥은 절반
한 끼는 샐러드 먹고 걷기-스쾃
근육 늘리고 체중 10% 줄여 ‘만점’
탄수화물 너무 줄인 경우엔 근손실… 의학 지식 바탕으로 건강한 감량을
《‘중년 몸짱 프로젝트’ 도전 후기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상상의원 3층 신체검사실. 올해 1월부터 12주 동안 몸짱 프로젝트에 도전한 중년 남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매일 체력을 단련하고 체중을 줄일 수 있는 건강식을 챙겼다. 지칠 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서로 격려했다. 예정됐던 12주가 지난 뒤 5명은 진짜 몸짱이 됐을까. 프로젝트 주치의인 최호천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와 이해준 상상의원 원장(가정의학과)이 12주 동안 변화된 체중, 골격근량, 체지방량, 체지방률 등을 고려해 종합 점수를 매겼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톡투건강TV에 게시했다.》
임 원장은 초창기 52층 계단을 걸어 오를 때 중간에 3번이나 쉬었지만 이제는 쉬지 않고 단숨에 올라간다. 운동으로 늦은 밤까지 TV를 시청하던 습관도 사라지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건강한 수면 습관도 유지하게 됐다. 임 원장은 “체력이 좋아져 쉽게 피곤하지 않고 환자에게 더 친절하게 진료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50대 체력 저하는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권 부장은 식사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동 시간을 2시간 이상으로 늘렸다. 다른 참가자들보다 운동량이 2배 이상으로 많았다. 권 부장은 “연말까지 몸무게를 80kg대로 줄이겠다”며 “적정 체중을 만들어 고지혈증과 지방간 등 만성질환에서도 탈출하겠다”고 말했다. 당화혈색소는 6.6에서 5.3으로 하락했고 앓고 있던 무릎 통증도 줄었다. 피로가 줄고 무기력증이 사라졌다. 이 원장은 “굶어서 살을 빼겠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근육만 줄어든다. 적절한 운동이 꼭 필요하다. 권 부장은 체지방만 빠진 건강한 다이어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성호 센트럴서울안과의원 실장은 운동과 식단 조절을 참가자 중 가장 열심히 했다. 초창기 몸무게도 83.2kg에서 73.9kg으로 9.3kg 줄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후반에 탄수화물 섭취를 과도하게 줄인 게 화근이었다.
이 실장은 “몸짱 프로젝트 종료가 다가오면서 운동을 더 많이 하고 탄수화물 섭취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인 단백질 위주 식단은 오히려 독이 됐다. 근육량이 34.5kg에서 31.8kg으로 2.7kg 줄었다. 최 교수는 “건강한 몸을 만들려면 탄수화물도 필요하다”며 “탄수화물 섭취가 적어 근육에 있는 탄수화물(글리코겐)이 빠져나가면서 오히려 근육량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본보 의학전문기자는 몸무게가 68.3kg에서 64.6kg으로 3.7kg 줄었다. 골격근량도 28kg에서 29.4kg으로 1.4kg 늘었고 체지방량은 18.4kg에서 12kg으로 6.4kg 줄었다. 매일 벤치프레스 등 근력 운동을 했고 식사도 평소보다 30% 이상 줄였다. 여러 참가자가 서로 독려하며 노력하다 보니 동기부여가 컸다. 최 교수는 “50대 중반에 골격근량이 늘어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체지방률도 18.5%로 상위 10%”라며 “체지방량만 많이 빠진 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이 원장은 “몸의 윤곽을 알 수 있는 3차원(3D) 보디 스캐너로 검사하면 비만일 때 몸 형태는 원형인데, 기자는 복직근이 단련돼 타원형 형태로 살짝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 “참가자 서로 격려하고 정보 공유하며 분발”
12주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최재완 센트럴서울안과의원 원장이 운동 코칭과 일일 점검을 맡았다. 최 원장은 “건강 유지에 필요한 의학적인 배경지식을 설명한 게 참가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면서 “응원과 격려, 지식 공유도 큰 힘이 됐다. 멘토를 잘 만나 도움을 받는다면 좀 더 건강하게 체중 감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주치의 최 교수는 음식 섭취량의 경우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일률적으로 줄이지 않고 평소 먹는 양의 20% 정도를 줄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그램 초창기 1∼3주에는 걷기, 건물 30층 계단 오르기 등으로 단련했다”며 “근육이 유지되거나 늘면서 체지방 감소 속도는 빨라졌다”고 했다.
근육은 쑥, 지방은 쏙… 전략적 다이어트로 ‘요요 악순환’ 끝
‘몸짱 프로젝트’ 주치의 한마디
최호천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중년 다이어트, 근손실 우려 더 커
숫자에 집착 말고 생활습관 바꾸길
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들려온 말이었다. ‘중년 남성 다섯 명이 12주 안에 근육은 유지하고 체지방만 줄이겠다’는 미션은 무모해 보였다. 그러나 그 여정은 끝났고, 모두 목표를 이뤘다. 단순한 감량이 아닌, 근육은 지키고 지방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중년은 끝이 아닌, 전략을 바꾸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기다.
섭취량을 줄이면 체중은 줄어든다. 단식, 약물, 원푸드 다이어트 등 방법은 많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대가, 즉 ‘감량근육세(Muscle Tax)’가 따른다. 칼로리만 줄인 감량은 체지방보다 근육을 먼저 깎는 부작용이 따른다. 특히 중년 이후는 근육 생성 호르몬이 줄고 기초대사량도 떨어지는 시기이므로 이때 무작정 감량하면 ‘체중 감량→근 손실→대사량 하락→요요’라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고리를 끊기 위해 근육은 유지하고 지방만 줄이는 접근법을 택했다. 다만 참가자 모두가 체력 저하, 시간 부족, 호르몬 변화, 바쁜 사회생활이라는 중년 특유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서 무계획한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감량을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닌, 단계별 전략이 요구되는 정밀한 과정으로 설계했다.
처음에는 내적 건강(체지방, 혈당, 콜레스테롤, 간 수치 등)이 회복되고 다음으로 신체 기능(근지구력, 피로 해소, 자신감)이 증진된다.
마지막으로 심미적 변화(복부지방 및 군살 제거로 인한 탄탄한 체형 변화)가 보너스처럼 따라오게 된다. 몸이 먼저 변하고, 마음이 따라오며, 외형은 제일 마지막에 오는 것이다. 외형적 변화만 먼저 기대하다가는 부작용이 따른다. 억지로 순서를 바꾸면 요요를 피할 수 없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12주 다이어트가 아닌 중년 남성이 몸과 마음을 다시 묶는 ‘신발 끈’ 같은 것이었다. 체중계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의지와 습관을 다스린 시간이었기에 그 변화는 결국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중년은 나이를 버티는 시간이 아니다. 우리가 해낸 것처럼 이제는 당신이 신발 끈을 다시 묶을 차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호천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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