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2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며 올해 하반기 정책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상황을 감안해 미국의 수입 관세율이 평균 15%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2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
월러 연준 이사 “관세, 가격 한번 올려…지속성 없다”
월러 이사는 이날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경제 구조 변화와 통화정책’을 주제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돼 있다고 믿는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월러 이사는 “올해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을 견인할 가장 큰 요인은 관세지만 관세의 규모와 상관없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며 “관세는 가격을 한번 올린다”라고 강했다.
그는 “일시적이라는 표현이 우리의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훨씬 오래 지속됐던 2021년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이어졌던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노동시장 충격 △공급망 혼란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지속됐지만, 현재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강화할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월러 이사의 판단이다.
기조연설 이후 이어진 대담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관세의 영향이 한시적이라는 것에 대해 연준의 다른 분들은 조금 견해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묻자, 월러 이사는“전반적으로 합의가 되는 부분은 관세는 환율이나 유가와 같이 지속성을 갖지 않는다는 생각”이라며 “소비세와 같은 다른 세금이 인상될 때는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월러 이사는 각국과의 무역협상 진전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불법이라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 등을 고려해 수입품에 대해 평균 15%의 관세를 부과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예상대로 낮은 관세 시나리오에 가깝게 정착하고, 근원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가까워지며, 노동시장이 견고하다면, 올해 후반 ‘좋은 소식’에 따른 금리 인하를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2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이 인구구조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통화정책 간결해야”…인구구조·공공부채도 변수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인구구조 변화, 공공부채 등이 가져온 통화정책 환경의 변화를 짚어보면서 정책 제언과 새롭게 고려해야 할 요인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체계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거치며 복잡해지면서 정책 효율성이 낮아지고 의사결정 혼란 가능성은 커졌다”며, 간결한 통화정책 체계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정책 본연의 범위를 넘어서는 추가 목표 설정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연준은 통화정책 수단을 물가와 고용 안정이라는 이중책무 달성에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금융 불안 완화를 위해서는 비통화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인구구조와 공공부채가 소비와 물가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통화정책에도 새로운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팀 윌렘스 영란은행 연구자문위원은 “가계의 생애주기를 고려하면 장기금리가 하락할 경우 소비가 억제될 수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서는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효과가 떨어지거나 반대적인 요인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 정책금리가 장기 실질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은 기존의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과 배치되는 것으로 토론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은퇴 이후 삶을 고려한 저축 수요 등에 금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프란체스코 비앙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팬데믹 당시 정부 지출 확대의 80%는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을 통한 공공부채의 실질가치 하락으로 충당됐다”며 “미래의 조세인상이나 정부 지출 삭감 등의 전통적 재원 조달 방식보다 인플레이션을 통한 부채의 실질가치 조정으로 재원이 조달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기 시 재정 확장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으나, 인플레이션을 통한 부채 조달로 이어져 초과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정책 설계는 물론 통화정책에서도 부채 구조와 인플레이션 유발 경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