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 "여성이나 노동자를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 작가는 30일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에 출연해 "표현이 거칠었던 건 제 잘못"이라면서 "좀 더 점잖고 정확한 표현을 썼더라면 비난을 그렇게 많이 받진 않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건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논란이 된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합목적적·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다소 아리송한 해석을 내놓았다.
이어 "보통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 선거운동을 돕는 건데, 합목적적이라면 남편에게 표를 붙여주는 활동을 해야 하고, 이성적이라면 선거 승률을 높이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설난영 씨가 하는 행동은 남편의 표를 깎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가 그 부부를 옛날에 잘 알았기 때문에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랬던 것 같다'(고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찐 노동자 설난영 씨가 대학생 출신 노동운동가를 만나서 혼인했는데, '내가 이 남자와 혼인해서 고양됐다고 설난영 씨가 느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어떤 노동자가 소위 명문대 나온 남자와 혼인하면 신분이 상승한다', 그렇게 말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 작가는 "설난영 씨가 왜 그런 언행을 하는지에 대해 제가 이해하는 바를 설명한 것"이라며 "제가 계급주의나 여성비하, 노동 비하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런 취지로 말한 것도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고, 설난영 씨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일 거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내재적 접근법'을 한 거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왔다"고 했다.
앞서 김문수 후보는 강원도를 누비는 유세 현장에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김문수 후보는 "7남매 중 대학 나온 제가 제일 못산다"면서 "집에 돈 벌어서 갖다준 적도 없는데 제 아내가 무능한 남편 만나 고생이 많았다. 하나뿐인 딸에게 아버지 노릇도 못 하고 남만 도와줬다. 우리 집 가장인 제 아내가 부족한 저를 늘 돌봐주고 뒤에서 도와줬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못 나온 누나가 공부 못했다고 생각한 적 없다. 더 지혜롭고 더 착하다. 대학 안 나온 사람이 나온 사람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학 안 나오면 대통령 될 수 없다든지 영부인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은 상고 나오지 않았느냐 노무현 대통령도 상고 나왔고 권양숙 여사는 여상 중퇴밖에 못 했지만 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비정하지만 학력 가지고 제 아내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 거 듣고 가슴이 아프고 정말 정치가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매우 아팠다"면서 "제 아내가... 제 아내가 저 때문에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잠시 목이 메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는 "김문수가 설난영이고 설난영이 김문수다. 우리는 동급"이라며 "여성 노동자 학력 비하, 투표로 심판해달라"고도 밝혔다.
한 법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사실 할배가 맞는 옛날 사람인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갑자기 온 국민이 김문수 할배의 옛날 연애사와 가족사, 옥바라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닦게 됐다. 모래시계 드라마의 스토리가 수십 년을 건너뛰어 지금 불시착해 버렸다"고 비유했다.
그는 "들어보면 알겠지만 김문수 후보의 연설은 정말 옛날식이다. 이 선거는 그런 면에서 우리가 지켜온 과거의 모든 역사와 감성과 가치가 새롭게 다가올 전체주의적인 멋진 신세계 대한민국과 충돌하는 느낌이다"라며 "이런 기이한 광경이 20-30대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과 AI 시대에 이런 감성이 먹힐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지만 그런데도 대통령 후보도 자신의 걸어온 삶이 모욕되지 않도록 하는 모습이, 다시 청년 정치를 말하다 기득권에 부딪히다가 결국 정치권에서 퇴출당하기 직전의 모습과 기이하게 오버랩된다"면서 "앞으로의 시대는 독재자에게 비판하는 말을 하다가 잡혀가는 긴급조치의 시대가 될지 모른다는 오래된 향수를 새로운 세대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제 보수는 약자와 저항의 상징을 얻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