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방공망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공격하고 우리 군사령관들을 죽이는데 왜 막지 못하나.”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뉴욕타임스가 이란 관료 간 사적 대화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이다. 연일 소개되는 전황대로 이스라엘 전투기는 이란 상공을 휘젓고 다니면서 노마크 상태로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판세는 지난해 결정 났다. 서로 1500㎞ 떨어진 이스라엘과 이란 간에는 직접 교전 대신 이란의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반군 등을 통한 ‘그림자 전쟁’만 있었다. 그러다 사상 첫 직접 교전이 지난해 4월 벌어졌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영사관 옆 건물에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작전을 배후 지휘한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암살하자 이란이 150기의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 중 단 5발만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었고, 그나마도 개활지 등에 떨어졌다. 요격률 97%다. 작년 10월의 양상은 더 명확하다. 역시 이란이 쏜 수백 발의 미사일 대부분이 이스라엘 본토에 닿지 못한 반면 이스라엘은 폭탄과 미사일을 쏘는 족족 테헤란과 핵 시설 인근의 러시아제 방공망 포대를 회생 불능 수준으로 파괴했다.
이미 그때 이스라엘이 이란 상공에서 자유를 얻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란은 대공방어체계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란은 돈이 없다. 미국과 서방의 핵 제재로 이란 경제는 극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란의 1150억달러(약 157조원) 규모 외환보유액 중 90% 이상이 접근 불가능하다. 이란 의회 연구센터가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35%, 비관적으론 50%를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원유 매장량 세계 3위의 거대 산유국이면서도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라며 하루 만에 휘발유 가격을 50% 올린 적도 있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수백 명이 죽었다.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120위 수준인 게 이슬람권 맹주의 실상이다.
이 모든 게 핵에 올인해 경제를 접은 대가다. 국가를 벼랑 끝 전술로 운영할 수 있는 권력 구조는 하나뿐이다. 독재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종신직으로, 호메이니의 뒤를 이은 하메네이는 36년째 이 자리에 있다. 세계 유일의 이슬람 신정국가인 이란에선 종교 최고지도자가 국가원수이자 궁극의 정치 지도자다. 대통령은 2인자로, 최고지도자를 위한 희생양을 떠맡아야 할 신세다. 최고지도자를 뽑는 전문가 회의의 구성원은 대다수가 80, 90대다. 최대 관심사는 여성의 역할, 히잡 시행, 음주 금지 등 사회·문화적 문제다. 세상과 담쌓은 교조적 권력 구조다. 이란 신정론의 바탕은 시아파의 종말론적 세계관이다. 메시아(마디)가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최고지도자가 세상의 사탄을 궤멸시켜야 한다. 큰 사탄이 미국, 작은 사탄이 이스라엘이며 반드시 제거해야 할 악마다. 이 원리하에서 이란은 이스라엘과 공존할 수 없다. 이란의 핵 개발 역시 이런 신정론과 무관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는 초강력 벙커버스터의 전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정작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핵 개발을 추진하는 세력에 대한 유화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란 핵무기 개발 과정을 복기할 때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오바마 때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의 여러 문제점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우라늄 농축의 전면 중단이 아니라 3.67%의 저농축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은밀하게 우라늄 순도를 높여가 현재 이란 산악지대 포르도에는 순도 60%의 고농축 우라늄이 400㎏ 보관돼 있다. 순도 90%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규모의 60% 농축 우라늄이면 3주 만에 소형 핵탄두 9개는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여러 이웃과 두루 친하게 지내자는 실용외교에도 흔들릴 수 없는 가치와 결기가 있어야 한다. “가장 위험한 정권이 가장 위험한 무기를 갖도록 놔둘 순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말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