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줄줄이 문 닫을 판"…잘나가던 피자 가게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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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피자업계가 1인 가구 증가와 경쟁 과열, 대체 제품 확대 등의 여파로 위기를 겪고 있다. 매출을 유지하지 위해 할인 등 출혈 경쟁에 나선 탓에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와중에 피자 물가만 하락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의 구조적 침체가 심화하자 수년 내 피자 프랜차이즈가 줄파산할 것이란 잿빛 전망도 나온다.

◇‘진퇴양난’ 피자업계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피자헛은 지난해 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45억원)보다 줄긴 했지만 3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미스터피자(-20억원) 피자알볼로(-3억원) 등도 적자를 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업계 1위인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37.3% 증가한 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제품 매출원가와 함께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를 크게 줄인 영향이다. 매출은 2021억원으로 전년보다 4% 감소했다. 시장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보수적으로 경영한 결과다.

프랜차이즈 피자 수요가 줄자 주요 업체들은 ‘치킨게임’식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 피자헛은 평일엔 피자 50%(포장 기준) 할인 행사를 한다. 직화불고기 라지 한 판 가격이 1만6950원이다. 주말에도 1+1행사를 한다. 상시 반값인 셈이다. 가맹점주들은 원재료 값에 로열티(광고 포함) 10%, 임차료, 인건비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하소연한다. 1985년 피자헛이 첫 매장을 냈을 당시 한 판 가격이 84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40년간 가격이 두 배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3.5배)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화덕피자·냉동피자 인기도 영향

피자 프랜차이즈업계가 출혈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이 시장의 구조적 침체 탓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피자 한 판을 시켜 먹기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프랜차이즈 피자의 주요 고객이던 가족 단위 식사 빈도가 낮아졌고, 배달앱 발달로 대체 가능한 배달 음식도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로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져 피자 선호도가 떨어졌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고 오븐에 굽는 미국식 피자보다는 화덕에 담백하게 구워내는 이탈리아 피자의 인기가 높아졌다.

간편식 시장이 발달하면서 냉동 피자의 수준이 높아진 영향도 컸다. 과거 냉동 피자는 맛이 많이 떨어졌지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을 내놓으면서 냉동 피자가 프랜차이즈 피자 못지않은 품질을 갖추게 됐다. 국내 냉동 피자 시장은 2016년 200억원 미만이었지만 지난해 16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치킨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피자로 영역을 확장한 것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원인으로 꼽힌다. 맘스터치 굽네치킨 등이 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피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반값 할인행사로 점유율 싸움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피자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시장 환경에 맞춰 제품, 서비스 혁신에 나서지 않는 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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