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양의지와 비교…롯데 박재엽, 포수 장인 김태형과 텔레파시 통한 열아홉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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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인 포수 박재엽이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 도중 머리 위로 높이 떠오른 타구를 쫓아가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신인 포수 박재엽이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 도중 머리 위로 높이 떠오른 타구를 쫓아가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중요한 상황에는 벤치에서 사인을 몇 번 주셨어요. 근데 그게 제 생각하고 비슷했어요.”

롯데 자이언츠 신인 포수 박재엽(19)은 데뷔 첫 선발출전한 18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서 9이닝을 홀로 책임졌다.

이날 좌완 영건 홍민기와 4이닝 1실점을 합작한 그는 구원등판한 셋업맨 정철원(0.2이닝 3피안타 2실점)의 부진에도 총 3실점밖에 남기지 않았다.

박재엽은 홍민기는 물론, 경험 많은 마무리투수 김원중에게도 직접 볼배합 사인을 냈다.

중요한 순간에는 김태형 롯데 감독이 한 번씩 사인을 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카운트 잡고 결정구 들어갈 타이밍에 쓸데없이 (스트라이크존에서) 한두 개 빼지 말고 바로바로 붙으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김 감독의 구종, 코스 선택이 박재엽의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는 사실이다.

박재엽은 ‘벤치 사인과 본인의 생각이 일치했는가. 혹은 차이가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 생각과 비슷했다”고 돌아봤다.

평소 경기를 마치면 그날 안방을 책임진 포수들과 매 상황을 복기하던 김 감독도 이날은 박재엽을 따로 부르지 않았다.

그는 ‘박재엽과 (18일 경기를) 복기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기 전에도, 경기 중에도, 경기가 끝나고도 별다른 말 않고 ‘수고했다’는 말 정도만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열아홉 신인 포수 박재엽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롯데 감독은 열아홉 신인 포수 박재엽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김 감독이 열아홉 신인에게도 강한 신뢰를 드러낸 배경에는 박재엽의 잠재력을 이미 몇 해 전부터 알고 있었던 영향도 작지 않다.

둘의 인연은 박재엽이 부산고 2학년 진급을 앞둔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재엽은 “감독님이 해설하실 때 부산고로 몇 번 오신 적이 있다. 그때 우리 학교의 박계원 감독님을 통해 ‘쟤 잘하네’라고 칭찬해주신 덕분에 그때부터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또 “당시 감독님이 ‘이제 고등학교 2학년 될 친구가 저렇게 잘한다고?’라고 좋게 봐주셨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김 감독의 기억 속 박재엽은 나이가 40년 가까이 많은 자신과도 재미나게 대화할 수 있던 풋내기였다.

그는 “그때 ‘너희 (박계원) 감독 어때’라고 말을 한번 걸어봤다. 그랬더니 ‘감독님은 선 굵은 야구를 하시고, 선수를 믿고 맡기십니다’라며 엄청 띄우더라고(웃음). 그러다 갑자기 또 ‘그런데 중요할 땐 웨이팅 사인을 내십니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실컷 띄워놓고 그러기에 어이가 없어서 ‘너 진짜 웃긴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또 “고등학교 1학년 정도 되던 친구가 아주 참 능글능글했다”며 껄껄 웃었다.

“포수라면 감독의 지시에도 자신의 뜻을 강하게 밀고 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김 감독에게는 ‘될성부른 나무가 될 떡잎’이었던 셈이다.

부산고 시절의 박재엽(가운데)이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배재고의 8강전 도중 홈스틸을 시도한 상대 주자를  태그아웃시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부산고 시절의 박재엽(가운데)이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배재고의 8강전 도중 홈스틸을 시도한 상대 주자를 태그아웃시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과거 두산 베어스를 ‘포수 왕국’으로 만든 김 감독은 박재엽과 비슷한 나이 때의 양의지(두산), 최재훈(한화), 박세혁(NC 다이노스) 등을 떠올렸다.

특히 두산의 배터리코치로 한창 활약 중이던 2006년 입단한 고졸 신인 시절의 양의지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선명히 남아 있다.

그는 “재엽이가 지금의 (양)의지가 비교될 정도는 물론 아니”라면서도 “재엽이와 비슷한 나이 때의 의지를 떠올리면 그때 의지보다 갖고 있는 게 더 좋다. 모든 면에서 열아홉의 의지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로킹과 송구를 비롯한 포수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능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또 “의지는 경찰청 야구단에서 전역한 뒤로 실력이 는 케이스였고, 어릴 적 (최)재훈이는 좋은 의미로 약삭빠른 유형의 포수였다. (박)세혁이는 몸으로 직접 부딪치는 유형이었다”고 돌아본 뒤 “재엽이가 앞으로 얼마나 잘할지 모르겠지만 잘해낼 능력이 많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롯데 신인 포수 박재엽이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 도중 안타를 친 뒤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신인 포수 박재엽이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 도중 안타를 친 뒤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박재엽은 포수로서 능력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김 감독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18일 경기에선 결승타를 포함한 2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볼넷으로 맹활약했다.

이에 김 감독은 19일 경기 선발 라인업에도 8번타자 포수로 박재엽의 이름 석 자를 써 넣기도 했다.

아직 출전 경기수가 4경기에 불과하지만, 박재엽은 6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볼넷으로 분명한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김 감독은 “포수로서도 블로킹, 송구 모두 잘 하지만, 타격은 퓨처스(2군)리그에서도 굉장히 좋은 축에 속했다”며 “사실 퓨처스리그에서 타격 성적을 잘 믿는 편은 아니지만, 1군에서도 통할 만한 자질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직|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사직|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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