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8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친구나 연인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해밀톤호텔 뒷편 골목에는 행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거리 양쪽 매장에는 내부는 물론 테라스석까지 내·외국인 손님들로 가득했다. 거리 곳곳에 혼잡도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고, 경찰과 소방대원 등 안전 인력이 주변을 순찰하며 질서를 유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다만 핼러윈을 하루 앞둔 저녁 시간대에도 화려한 코스튬 의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동물 모양 머리띠나 간단한 분장을 한 이들이 간간이 보였지만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위축됐던 이태원 상권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호황기 정도는 아니지만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한동안 썰렁했던 거리에 다시 젊은층이 몰리고 있다. 다만 참사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만큼 과거 이태원으로 집중됐던 ‘핼러윈 수요’는 홍대, 성수 등으로 분산되는 모양새다.
살아난 이태원 상권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이태원 지역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9%로 전년 동기(13.9%)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서울 도심 지역의 평균 공실률(5.1%)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태원역 주변 대로변에 있는 큰 규모의 상가들도 다시 채워지고 있다. 올 3분기 이태원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6%로 전년(19.9%)보다 6.3%포인트 낮아졌으며 청담(23.6%), 동대문(14.3%) 등 서울 주요 상권보다 안정된 수준을 보였다.
주변 상인들도 이 같은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 이태원에서 30년 가까이 기념품 매장을 운영한 60대 김모 씨는 “지난 사고 이후 1~2년은 추모 분위기가 강해서 한국 사람뿐 아니라 외국인들조차 잘 찾지 않았다”라며 “근데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매출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점점 안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서울은 몰라도 이태원은 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태원은 다양한 외국 문화가 혼재된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힙한’ 장소로 꼽혔던 것도 이 지역만이 가진 개성 넘치는 문화 덕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 방문객이 급감했고 2022년 10·29 참사 이후 지역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이에 오랜 기간 이태원에서 장사해온 상인들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 지역에서 20년째 음식점을 운영 중인 50대 정모 씨는 “사고 직후에는 하루에 한두 팀만 겨우 찾아왔고, 월세를 내지 못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적도 있었다. 당시 함께 장사하던 주변 상인들도 대부분 떠났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요즘은 사고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많이 회복됐다. 축제 같은 이벤트는 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 정도 상태만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침체됐던 상권이 활기를 띠게 된 건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세대가 다시 이태원을 찾기 시작하면서다. 엔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데다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최근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한남동이 ‘패션 성지’로 떠오른 것도 한몫했다. 6호선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꼼데가르송,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오버듀플레어 등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2030세대의 발길을 끌어 모았다. 인근 상권이 활기를 띠면서 그 수요가 자연스럽게 이태원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홍대·성수로 옮겨간 핼러윈 수요
단 과거 이태원에 집중됐던 ‘핼러윈 수요’는 홍대, 성수 등으로 분산되는 추세다. 실제 핼러윈 전날 이태원 거리에는 ‘핼러윈 파티’를 콘셉트로 호객행위를 하는 클럽이 많았지만 매장 앞에 줄 선 손님들 중 코스튬 의상을 입은 고객은 보이지 않았다.
반면 홍대에는 핼러윈 일주일 전부터 나루토, 스파이더맨 등 다양한 캐릭터 복장을 한 방문객들이 거리 곳곳을 채웠다. 서울 강서구에서 분장숍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올해 작년보다 핼러윈 분장을 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은 이태원보다는 홍대에서 핼러윈을 즐기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 같은 수요는 성수동으로도 흘러 들어가고 있다. 지난 1일 마라버거로 잘 알려진 룡룡버거하우스에서는 아티스트와 DJ를 초대해 핼러윈파티를 열었으며 성수동 한 폐가에서는 ‘폐가 입주 프로젝트’를 콘셉트로 핼러윈파티를 진행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김영갑 KYG 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참사 직후와 비교했을 때 이태원 상권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소비는 많이 회복됐지만 아직 핼러윈을 대놓고 즐기기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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