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앞세워 주민배제한게 원인
효율도 좋지만 절차적 정당성 중요
시장은 선출직, 시민뜻 반할수 없어
주민 동의, 설득은 정부와 한전 몫
미사섬 등 개발해 산업기능 강화
정주영 회장 묘소 명소개발 희망”
“동서울변전소 증설 논란은 한전 등 정책 당국자들의 안이한 판단이 빚은 혼란이지요. 반도체 산업 육성이 절박하다는 것을 빌미로 정작 피해 당사자인 주민들을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시킨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한국전력이 추진중인 하남시 감일동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HVDC(직류송전)변환소 증설에 대해 인허가 기관인 하남시가 반대하면서 논란을 지속되고 있다. 이와관련, 이현재 하남시장(77)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현장을 모르는 기재부 출신 복지부 장관이 소통하지 않은채 효율만 고집하다가 파국을 초래한 의료대란 사태와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의 마지막 관문인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은 서울·수도권의 전력난 해소와 삼성, SK 등이 총 502조를 투입하는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장기적 전기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하남시는 주민반대를 이유로 이를 전격 불허하자 한전은 하남시가 국가적 사업을 볼모로 잡아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 여론전을 펼쳤다.
특히 이 시장이 산업부 고위관료 출신이면서 전력 정책을 총괄하는 전력심의관을 지냈던 터라 하남시가 집중 매도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가 하남시의 불허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하남시는 허가를 계속 미루면서 파장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 시장은 “변전소 부지는 그린벨트여서 애초 경기도가 개정·고시해 주민 의견을 수렴할 때까지만 해도 반대 의견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전에서 느닷없이 종전보다 3.5배로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는 1.8배이지만 비상용까지 포함해 시설 규모를 부풀려 공개하니까 난리가 났던 것”이라고 했다.
이 시장은 “변전소 주변에 19개 아파트 단지(4만 명 거주)가 있다. 이 가운데 12개 단지만 동의를 받아오라고 했지만 한전은 그러지 못했다”며 “그래서 400억원 짜리 아트센터를 지어주면 주민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더니 이번에는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갔다”고 항변했다.
이 시장은 “한전은 반도체 육성이 시급하다는 논리로 주민들과 소통 없이 옛날 식으로 밀어부쳤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라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지만, 그렇다면 하남시민들은 중요치 않다는 말이냐. 나는 선출직이다. 하남시민이 아니라면 아니다”고 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경제발전도 좋지만 민주적 정치제도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며 “관료들은 효율만 따지니까 소통이 안된다. 장관도 선출직을 해본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남시는 주민동의를 받아오든, 아니면 피해보상을 해주든 시 입장에서 제시할 것은 다 했으니 이제 선택권은 오로지 한전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대신 취약한 산업경제 기반 확충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우선, 미사섬 300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K공연장을 건설하는 K스타월드 프로젝트을 서두르고 있다. 이 시장은 “미사섬은 전부 비닐하우스여서 보기가 좋지 않고, 경정장도 강물을 가둬놓다보니 수질오염이 발생한다”며 “조만간 민간사업자를 공모해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하남은 상수원지역이라 기업유치도 극도로 제한적이다. 하산곡동 미군 반환공여지 캠프콜번 개발을 통해 하남의 산업 기반을 대폭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이곳 25만㎡ 규모에 첨단 융복한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하남의 명산 검단산 등산로 입구에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묘소(창우동 산19-1)가 위치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 시장은 정 전 회장의 묘소를 하남의 대표적 명소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 시장은 “정 전 회장 묘소가 폐쇄돼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상황”이라며 “현대측을 설득해 오늘날 한국경제를 일으킨 정주영 정신을 알리는 박물관도 짓고 현대가의 메카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