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9일(현시시각)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8잔 이상 술을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기억력·사고력 문제와 관련된 뇌 병변 발생 위험이 상승한다. 즉,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병인 알츠하이머병 위험 요인인 타우 단백질 엉킴(tau tangles)을 포함한 혈관성 뇌 병변과 기억력 및 인지 장애와 관련된 유리질 세동맥 경화증(hyaline arteriolosclerosis)이라는 신경 퇴행 징후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유리질 세동맥경화증은 노인,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에서 흔히 발견된다. 뇌의 미세 혈관이 좁아지고 두꺼워지고 뻣뻣해지는 질환이다. 이는 원활한 혈액 흐름을 방해해 세포 조직을 망가뜨려 뇌 병변을 일으킬 수 있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조기 사망을 포함해 여러 건강 문제와 관련된 전 세계적인 주요 공중보건 문제이다. 우리는 알코올이 나이 든 사람들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알코올섭취는 뇌를 손상시켜 기억력과 사고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 의과대학 알베르토 페르난도 올리베이라 후스토(Alberto Fernando Oliveira Justo) 박사가 말했다.연구개요 및 뇌 부검 세부 정보
CNN·과학매체 사이테크 데일리에 따르면 연구진은 사망 당시 평균 나이 75세인 1781명의 뇌를 부검해 분석했다. 알코올 섭취량은 유족을 통해 조사했다.
음주량에 따라 이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965명, △일주일에 7잔 이하 마신 보통 음주자 319명, △일주일에 8잔 이상 마신 과음자 129명, 과거 과음자 386명.
술 한 잔은 순수 알코올 14g으로 정의했다. 맥주(4.5%) 355㎖, 포도주(12%) 148㎖, 위스키(40%) 44㎖ 그리고 17도짜리 소주 103㎖로 약 3.5분의 1병(360㎖ 기준)에 해당하는 양이다.
음주량에 따른 뇌 병변 비교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 중 40%가 혈관성 뇌 병변이었다. 적당히 마신 사람 중에선 45%, 과음자 중에는 44%, 과거 과음자 중에는 50%가 혈관성 뇌 병변으로 진단됐다.
사망 연령, 흡연, 신체 활동 등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조정한 결과,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과음자는 혈관성 뇌 병변이 있을 확률이 133%, 과거 과음자는 89%, 보통 음주자는 60% 더 높았다.
뇌 기능 저하 위험 요인 증가과음자와 과거 과음자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바이오마커인 타우 엉킴 발생 위험이 각각 41%와 31% 더 높았다.
과거 과음자는 체중 대비 뇌 질량 비율이 낮았다. 인지 능력 저하 징후도 확인됐다. 보통 음주자오 과음자의 경우에는 체중 대비 뇌 질량 비율에 차이가 없었고, 인지능력 저하와의 연관성도 발견되지 않았다.
뇌 손상 외에도 인지 능력 장애는 과거 과음자에서만 관찰되었다고 후스토 박사는 지적했다.
조기사망 및 장기적인 뇌 손상
과음자는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13년 일찍 사망했다.
“과음은 뇌의 손상 징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이는 뇌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쳐 기억력과 사고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후소토 박사는 말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리나 웬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단기적으로 알코올 사용은 뇌의 통신 경로를 교란시켜 뇌가 사고, 조정, 균형, 언어, 판단을 제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단시간에 다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호흡과 심박 수를 조절하는 핵심 영역이 마비될 정도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CNN에 설명했다.
이어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사고와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점진적인 뇌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한 알코올 사용과 관련된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은 장기적인 기억 상실을 동반한 영구적인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며 “소량의 알코올은 조기 노화와 뇌 수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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