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급등에…빈 펍·사무실·경찰서로 향하는 런던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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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디언십 예시 이미지. 기사와 관련 없음. 셔터스톡 제공

부동산 가디언십 예시 이미지. 기사와 관련 없음. 셔터스톡 제공

영국 런던에서 빈 사무실이나 술집, 폐교 등 공실 상태인 상업용 부동산이 ‘보금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젊은 예술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생활 방식이지만, 런던의 주거 비용이 급등하자 주택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런던의 주거 비용이 치솟으면서 ‘부동산 가디언십’이라는 주거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비어있는 건물에 인근 주택 임대료 시세보다 저렴한 사용료를 내고 거주하는 방식이다. 폐업한 사무실이나 술집, 빈 교회, 폐교 등 공실로 남아 있는 상업용 부동산이 주로 공급된다.

거주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고, 건물 소유주는 일정한 수입과 보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빈 건물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물 파손, 침입, 무단 점거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어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주자를 ‘가디언’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부동산 가디언 회사들은 중개업자이자 부동산 관리자의 역할을 한다. 상업용 건물을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보수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거주자당 적절한 수의 샤워실과 화장실을 조성하고, 환기 및 화재 경보 시스템 등 정부가 정한 최소한의 설비를 설치한다. 소유주와 보수 비용을 나누는 대신, 가디언들이 내는 사용료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전통적인 임대 시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보장받긴 어렵다는 것이다. 가디언십 계약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건물이 대상에서 빠질 경우 거주자들은 통상 한 달 내에 퇴거해야 한다. 반정기적으로 가디언 회사들의 부동산 점검을 받아야 한다. 명확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거주자가 소유주 또는 가디언 회사와 문제가 생겼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영국인이 가디언십에 주목한 것은 주거 비용이 50%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과거 경찰서였던 한 가디언십 주택은 침실 하나에 월 710파운드(약 145만원)를 받는다. 총 10명의 거주자가 건물을 함께 사용한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침실 1개짜리 아파트의 평균 임대료는 1700파운드(약 347만원) 수준이다. 런던의 연간 중위소득은 4만7000파운드(약 9600만원)이며, 평균 월세는 2200파운드(약 449만원)다.

런던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매년 약 5만2000가구를 신규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상당수의 런던 시민은 거실을 침실로 바꾼 뒤 룸메이트를 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급등하는 임대료에 대응하고 있다.

한편, 가디언십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덜란드에서 무단 점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처음 도입됐으며, 2000년대 초 영국으로 건너왔다. 초기에는 젊은 사람이나 예술인이 활용하면서 ‘튀는 생활 방식’으로 여겨졌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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