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의 유혹 거부가 유일한 희망? 다른 계급은 정녕 만날 수 있나[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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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미완의 폭력과 섹스 ※이 글에는 영화 ‘가능한 사랑’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다큐멘터리 촬영을 계기로 만나 서로 다른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올가을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극장에서 개봉했다. 곧 넷플릭스로 옮겨 많은 시청자를 만날 것이다. ‘가능한 사랑’에는 두 부부가 등장한다. 미옥(전도연)-호석(설경구) 커플은 노동자 부부다. 미옥은 영세한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고 있고, 호석은 대기업 SP중공업에서 일하다가 해고됐다. 예지(조여정)-상우(조인성) 커플은 자본가 부부다. 상우는 물려받은 재산을 가지고 사모펀드를 운영하되,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를 이해할 정도로 교양 있는(?) 사람이다. 다른 계급에 속한 이 두 커플이 서로 깊이 사귈 수 있을까. 예지가 하필 노동 현실을 찍으려는 감독이기에 이 두 커플은 만날 수 있다. SP중공업에서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자살하자, 이 두 커플은 예식장에서 조우하게 된다. 한쪽은 노동 현실을 찍으려는 촬영자로서, 다른 한쪽은 그 현실을 겪어 내고 있는 당사자이자 피사체로서.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넷플릭스 제공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의 남편인 자본가 상우(조인성). 넷플릭스 제공 예지는 허영 혹은 욕심이 많다. 많은 돈을 가졌지만 굳이 독립영화 펀드에 지원하고, 해고 노동자의 표면을 넘어 심층의 진실까지 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미옥-호석 커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솔선해서 말을 놓자고 하며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기어이 내밀한 속내를 촬영할 수 있을 때까지 친해지고 싶어 한다. 파업 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공터 속으로 과감하게 밀고 들어가, 그 공터를 메워 줄 진정한 친구 행세를 한다. 급기야 자기네 별장에서 휴가를 같이 보내자고 노동자 부부를 초대한다. 그런 제안을 아무에게나 하겠는가.모든 면에서 다른 이 두 커플이 무난히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있나. 서로 말을 놓는다고, 잠시 서로 “이년 저년 미친년” 한다고 계급 간의 거리가 좁혀지겠는가. 성장 배경과 경제적 여건과 정치적 견해와 문화적 지향이 다른 사람들이 친구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대체로 서로의 분계선 안에서 살아가며 아슬아슬하게 공존해 왔다. 그런데 예지의 허영심과 해고 노동자의 공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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