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재건축 주공5단지
전용 82㎡ 40억원대 돌파
장미아파트도 신고가 속출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구축단지 가격오름세 밀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시장 대장주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잠실새내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가 준공 후 연한이 20년에 육박하며 신축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가운데 잠실역 인근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이 진행 중인 잠실주공5단지와 장미1·2·3차 단지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는 '40억원 시대' 진입을 굳혀가는 모양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2㎡는 지난 4월 7일 40억7500만원에 실거래되며 송파구 '국민 평형' 아파트 중 최초로 40억원대에 거래됐다.
불과 한 달 전 시세 대비 2억원 가까이 오른 가격이지만 이후 손바뀜이 대부분 40억원대에 이뤄지며 '주공5단지는 40억원은 기본'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 단지의 전용 76㎡ 역시 올해 초 30억원 선에서 거래됐으나 3월 35억원대로 올랐고 지난달에는 37억65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장미1·2·3차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다. 장미1단지 전용 82㎡는 지난달 24일 27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전월 대비 1억9000만원 오른 가격에 신고가를 새로 썼고, 장미3단지 전용 134㎡는 두 달 연속 35억원에 실거래되며 지난해 말 대비 3억원가량 올랐다.
재건축 기대감이 시세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공5단지는 현재 서울시 통합심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고 70층, 총 6491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예정돼 있다. 장미1·2·3차 역시 정비구역 변경안이 공람 단계에 있으며 최고 50층, 5165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양 단지를 합치면 1만1600여 가구 규모로, 엘리트에 버금가는 미니 신도시급 신축이 잠실 한복판에 들어서는 셈이다.
반면 엘리트는 최근 거래 증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흐름이다. 최근 세 단지의 전용 84㎡ 매물이 29억~30억원대 초반에 거래되며 각각 신고가를 기록했으나 가격 상승 폭이나 주목도 면에선 주공5단지에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엘리트 단지들이 2007~2008년 준공 후 약 18년을 넘기며 이제는 신축 아파트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특히 서울 재건축 단지의 고급화 흐름이 본격화한 2010년대 이전에 준공된 엘리트 단지는 헬스장, 골프장, 사우나 등 커뮤니티 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이런 한계는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리센츠 등은 최근 주민 동의를 거쳐 커뮤니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방재실 공간을 활용해 지하 1층~지상 1층 규모의 커뮤니티 공간을 신설하고 주민 공용 공간을 3배 가까이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주공5단지는 잠실 생활권의 핵심인 잠실역을 끼고 있는 데다 한강에 인접해 한강 전망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며 "장미아파트 역시 엘리트와 비교했을 때 미래 가치 면에서는 더 높게 평가된다"고 말했다.
장소희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최근 송파구 아파트 가격이 너무 급격하게 상승해 섣불리 매수에 나서긴 부담이 큰 분위기"라며 "잠실 지역 매수를 고민 중인 투자자로서는 땅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안전한데, 재건축이 진행 중인 주공5단지는 지분 가치가 크다 보니 더 고가임에도 엘리트 단지보다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