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서약만 해도, 팔지 보살이지요.”

1 week ago 26

일면 스님은 “현재 장기이식 대기자가 5만5000여명에 달하지만 국내 뇌사자 기증 비율은 5% 정도로 37~40%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못 미친다”라며 “뇌사자 한 명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장기기증 활성화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내 몸을 타인을 위해 내놓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불가에선 사후 장기기증 서약만 해도 ‘팔지 보살(八地菩薩)’이라고 합니다.”최근 회고록 ‘생명나눔, 일면입니다(민족사)’를 출간한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불암사 회주)은 9일 경기 남양주 불암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地)’는 보살이 깨달음을 향해 수행하면서 도달하는 10단계를 땅에 비유한 말. ‘팔지’는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몸과 마음을 바쳐 중생을 돕는 자비행이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이뤄지는 높은 경지를 말한다. 1994년 설립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장기기증, 조혈모세포기증, 자살예방센터 운영 등을 하는 불교계의 대표적인 생명나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일면 스님은 2005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여 년 전 간경화로 2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았습니다. 죽기 직전이었는데, 뇌사자인 이름도 모르는 한 20대 청년의 간 기증으로 살아났지요.” 이름도 모르는 한 청년의 간 기증은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설법한답시고 삶이 어쩌고, 생명이 어쩌고 하며 그동안 ‘똥폼’은 다 잡았는데, 내가 죽을 지경이 되니까 그 모든 말이 간호사 주사 한 방만 못 했다”라며 “어찌나 비참하던지 혼자 이불 덮고 많이 울었다”라고 말했다. 30여년간 생명나눔운동본부 이끈 일면 스님을 9일 경기 남양주시 불암사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불암사는 서울 사고사찰(四固寺刹) 가운데 하나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생명에 대한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생명나눔운동으로 이어졌다. 일면 스님은 “아플 때 그렇게 살고 싶어서 정말 간절히 기도했는데, 나만 그럴 리가 있겠느냐”라며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살리고 간 그 청년을 생각하면, 은혜로 받은 남은 생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는 데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장기기증에 선뜻 나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상황. 하물며 20여 년 전 그가 이사장을 맡았을 때는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조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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