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판·취객 사라진 탑골공원…"관광객 늘어날 것" 상인들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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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탑골공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수십 년간 공원 곳곳에서 자리를 지킨 장기판이 최근 철거되면서 음주와 고성방가 등도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로구는 문화재 홍보를 앞세워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종로구(구청장 정문헌)는 독립운동 정신이 깃든 탑골공원의 가치를 보존하고 시민들이 쾌적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원 내 질서 계도에 집중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종로구와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31일부터 탑골공원 내부와 인근 노상에서 오락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탑골공원은 조선시대 원각사 터이자 3·1운동의 발상지다. 우리나라 보물 제2호인 원각사지 십층석탑 등 다양한 역사 문화유산이 있다. 하지만 탑골공원 인근에선 취객의 고성방가와 노상방뇨, 불법 노점과 음주, 폭행 등 각종 사건·사고와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6월 장기판 주변에서 흉기 난동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역사적 공간이 본래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이 커졌다.

종로구는 훼손된 질서와 경관을 회복하기 위해 정비가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오랜 세월 어르신들의 여가·사교 공간으로 활용됐지만 최근 무질서와 안전 문제로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 역시 이번 조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탑골공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신모씨(34)는 “탑골공원이 깔끔하게 정비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주변 상권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탑골공원 일대의 정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공원 활용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초고령화 사회에 노인 여가 공간을 단순히 없애는 방식은 행정 만능주의로 비칠 수 있다”며 “역사 보존과 주민 이용을 조화시키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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