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6개 광역단체장 중 4개를 수성하는 데 그쳤다. 2018년 지방선거 후 최악의 성적표다. 극우 노선을 견지하던 장동혁 지도부와 선을 그어온 인물만 생환에 성공했다. ‘장동혁 심판 선거’와 다름없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도부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내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도마에 오른 장동혁 지도부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서울(오세훈), 대구(추경호), 경북(이철우), 경남(박완수) 등 네 곳을 지켰다. 대구·경북 등 두 곳만 수성한 2018년 지선 이후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선 총 14곳 가운데 경기 평택을(유의동), 대구 달성(이진숙), 울산 남갑(김태규), 충남 공주·부여·청양(윤용근) 등 네 곳을 지켰다.
최악의 결과는 피했지만 국민의힘의 참패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 단 한 번도 빼앗긴 적 없었던 대구에서도 이토록 치열한 접전을 펼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결과적으로 대구를 수성했어도 내용상으로는 진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접전 지역에서 살아 돌아온 인물들이 장동혁 지도부와 명확히 선을 그어왔다는 점에서도 장동혁 지도부의 책임론은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연초부터 장 대표의 ‘윤어게인’ 노선을 비판하며 후보 등록마저 미루는 등 장 대표와 선명히 대립각을 세운 것이 당선에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완수·유의동 당선자도 끝까지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했다. 장 대표가 제명한 한동훈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당선자는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지 않고도 살아 돌아왔다. 이번 선거 자체가 장동혁 심판 선거와 다름없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 버티기 들어간 張
장 대표는 이날 지선 대패에 따른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대신 페이스북에 “저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고 적으며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지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 서울을 수성한 데다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던 3석을 빼앗아 오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일단 버틸 수 있는 요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의힘 의총에서 장 대표 사퇴 여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벌어진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대응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지도부 사퇴에 관한 내용을 논의하면 해당 이슈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이날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모여 있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선 지도부 책임론이 다수 제기됐다. 윤한홍 의원은 단체 대화방에 “다들 고생하셨다. 특히 당의 잘못으로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안 해도 될 고생을 했다”며 “미안한 마음이다. 당을 혁신하고 재편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적었다. 장동혁 지도부 사퇴를 포함해 대대적인 당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동훈 당선자는 5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국회의장 선출 투표에 참여하고 당선자 선서를 한 뒤 본격적인 의정 활동에 들어간다. 국민의힘 당권파와 친한(친한동훈)계의 마찰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이달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원내대표 선거가 한동훈 당선자의 복당을 노리는 친한계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당권파 등 주류 의원 간 대리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송언석 원내대표의 임기가 오는 16일까지인 데다 민주당과의 상임위원회 협상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전당대회 시기,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등을 두고 당내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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