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포 펑펑 날리는 ‘괴물 타자’ 안현민…KT 안방구장 선수 주차장엔 대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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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남다른 파워로 KT를 포함해 10개 구단 팬들을 놀라게 해 ‘괴물 타자’라 불리고 있는 안현민. 올 시즌 활약에 안현민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의 이름을 딴 ‘K-저지’, ‘K-스탠턴’, KT 고릴라라는 뜻의 ‘케릴라’까지 별명이 여러 개 생겼다.  KT 제공

올 시즌 남다른 파워로 KT를 포함해 10개 구단 팬들을 놀라게 해 ‘괴물 타자’라 불리고 있는 안현민. 올 시즌 활약에 안현민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의 이름을 딴 ‘K-저지’, ‘K-스탠턴’, KT 고릴라라는 뜻의 ‘케릴라’까지 별명이 여러 개 생겼다. KT 제공

“(안)현민이 때문에 이제 여기에 주차 못 하겠다.”
프로야구 KT 베테랑 투수 우규민은 1일 퇴근길에 주차장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수단이 주로 차를 대는 주차장은 KT의 안방인 수원 KT 위즈파크 왼쪽 담장 옆이다. KT 우타자인 안현민이 잡아당겨 친 홈런공은 올 시즌에만 벌써 세 번째 이곳까지 날아왔다. 수원 구장은 중앙담장까지 거리가 120m인데 안현민이 이날까지 날린 홈런 15개의 평균 비거리는 130.7m다.

안현민이 올 시즌 팬들에게 ‘괴물 타자’라 불리는 이유다. 원조 ‘괴물 타자’ 에릭 테임즈(전 NC)도 홈런 평균 비거리는 119.6m였다. 안현민은 4일 발표된 2025 올스타 홈런더비 팬 투표에서도 올 시즌 홈런 선두 디아즈(삼성)를 제치고 1위(2만7053표)에 올랐다.

4일 발표된 2025 올스타전 홈런더비 출전선수 팬 투표 결과.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

4일 발표된 2025 올스타전 홈런더비 출전선수 팬 투표 결과.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
요즘 KT에서 팔리는 유니폼 다섯 장 중 한 장에는 안현민의 이름이 새겨진다. 팀 내 유니폼 판매 1위다. 하지만 정작 야구장에 붙어있는 대형 포스터에는 안현민의 얼굴이 없다. 올 시즌전에는 팀의 주요 전력으로 분류된 선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2일 KT 위즈파크에서 만난 안현민은 “(포스터에) 스티커라도 하나 붙여주세요”라며 웃었다.

안현민은 “운이 좋은 해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안현민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를 낙오로 시작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차 캠프를 마친 뒤 안현민에게 2차 캠프는 2군에서 타격을 정립할 것을 권했다. 안현민은 “그때만 해도 ‘올해는 망했나’ 싶었다”고 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한 차례 2군에 다녀왔다. 하지만 꾸준히 출장 기회를 받기 시작한 5월 한 달에만 홈런 9개로 무력시위를 벌였다. 안현민은 “다시 (1군에) 올라가면 내려오더라도 지난해보다 경기는 더 많이 뛰고 가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오자마자 경기에 내보내 주셨다. 덕분에 2군에서 얻은 감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 1군에서 29타석 소화에 그쳐 신인상 후보 기준(60타석 이하)도 충족한다. 신인왕 0순위로 떠오른 안현민이 신인상을 받으면 2018년 강백호(KT) 이후 7년 만에 타자 신인왕이 된다.6, 7월에도 ‘미친 활약’을 이어간 안현민은 신인왕을 넘어 이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언급된다. 3일 기준 안현민은 15홈런으로 국내 선수 홈런 1위다. 홈런 선두권 중에서 타율(0.342)도 가장 높고 OPS(출루율+장타력)는 리그 평균(0.717)을 훌쩍 뛰어넘는 1.094다. 규정타석에만 진입하면 OPS 1위다. KT를 상대하는 9개 다른 구단 팬들이 안현민을 ‘재앙’이라 부르는 이유다.

안현민에게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인 애런 저지, 장칼로 스탠턴(이상 뉴욕 양키스)의 이름에서 따온 ‘K-저지’ ‘K-스탠튼’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하지만 안현민은 전형적인 ‘우타거포형’ 홈런 타자인 이들보다 로널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란타) 같이 홈런도 치고 도루도 하는 다재다능한 선수를 꿈꾼다. 안현민은 “저는 홈런을 40개씩 칠 수 있는 타자는 아니다. 홈런은 20~30개 치더라도 3할대의 정교한 타격을 하고싶다”고 했다.

지난해 1~2군을 오갔던 안현민은 2022 신인드래프트 동기인 김도영(KIA)이 ‘미친 활약’을 펼치고 MVP를 타는 것을 멀리서 지켜봤다. 안현민은 “친구들이랑 ‘쟤 왜 저러냐’ 했죠. TV만 보면 안타 치고 하이라이트에 늘 나오니까…”라고 했다. 올해는 자신을 보는 친구들이 ‘쟤 왜 저러냐’ 하고 있지 않겠느냐 물으니 안현민은 “그럴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다만 안현민은 아직 김도영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보통 드래프트 동기들은 청소년 대표에서 친해지는데 안현민은 고교 시절은 물론 한 번도 국가대표에 뽑힌 적이 없다. 안현민의 남은 올해 목표가 ‘지금처럼 유지하기’와 ‘국가대표 선발’인 이유다. 안현민은 대표팀 선발 때마다 부족하다고 지적된 ‘젊은 오른손 거포’이기도 하다.

“11월에 일본이랑 국가대항전도 있다고 하고 내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도 있잖아요. 엔트리를 봤는데 미국은 저지, (마이크) 트라우트, 베네수엘라도 아쿠나 주니어…. ‘이건 가야된다’ 싶어요(웃음).”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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