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별장에서 만인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아유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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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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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 북한강로의 복합문화공간 겸 카페 레스토랑 ‘아유 스페이스’는 1970년대부터 40여 년간 재벌집 별장이었다. “금남리 롯데 별장 가자”고 하면 웬만한 택시 기사는 다 알던 장소였다. 그곳이 2022년 12월 만인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30년 넘게 유럽에서 독립 예술 큐레이터로 활동하던 장미영 대표는 극소수만 향유하는 문화보다 대중과 함께 공유하는 경험의 가치를 높게 봤다. 일본 퓨전 한옥 같던 옛 재벌집 별장 건물들을 조병수 건축가에게 의뢰해 새단장하고 기존에 있던 나무들은 재배치해 정원을 정비했다.

아유 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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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이내에 도달하는 이곳에서는 북한강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 3500평 부지에 카페, 레스토랑, 한옥 갤러리, 야외 테라스가 자리 잡아 단번에 ‘핫플’로 등극했다. 건축과 정원이 어우러져 예술의 일상화를 지향하는 공간이다.

장 대표가 구석구석을 함께 다니며 설명했다. “처음엔 과실수가 많은 밭이었어요. 벼락 맞은 500년 된 향나무와 200년 된 은행나무도 있었고요. 조병수 건축가가 ‘원래 있었던 듯 보일 듯 말 듯한 단층 건물을 짓고 싶다’기에 그렇게 하시라고 했어요. 먼 장래를 보면 그게 우리의 정체성이 될 것 같았거든요.”

아유 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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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단층 카페 건물 내부에는 중정(中庭)을 두었다. 그런데 중정에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바닥에 작은 돌을 깔고 커다란 바위 세 개만 둔 뒤 몇몇 야생화만 심었다. 깽깽이풀, 동강할미꽃, 돌단풍…. 장 대표는 말한다. “대우주와 소우주가 만나는 듯한 이 정원에서 별과 달을 올려다보면 지친 마음이 달래져요.” 실내에는 흰 기둥을 세워 북유럽의 자작나무를 형상화했다. 과거 별장 안채를 ‘재생 건축’한 레스토랑에서는 통창을 통해 북한강을 보면서 정통 이탈리아 밀라노식 리조토를 맛볼 수 있다. 손님이 떠날 때는 럭셔리 보석 브랜드들이 하는 것처럼 생화를 붙인 감사 카드를 건넨다.

북한강을 따라 메타세쿼이아와 벚나무가 있고, 언덕에는 자연스럽게 피어난 것처럼 심은 복수초와 할미꽃이 있다.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럽게’, 요즘 말로 ‘꾸안꾸’가 아유스페이스의 조경 콘셉트다. 물과 돌을 보며 머리를 비울 수 있는 ‘물멍, 돌멍’ 산책을 위해서란다. 아유스페이스는 유럽의 호숫가 분위기에서 스몰웨딩과 돌잔치 등 가족 행사나 기업 행사를 위한 대관도 한다. 6월 중 야외 정원에서 하와이 한인 이민 역사를 다룬 이진영 감독의 독립영화 ‘하와이 연가’(2024년)를 상영하는 ‘아웃도어 시네마’ 행사가 계획돼 있다. 조병수 건축가의 ‘아유스페이스 건축 이야기’ 토크도 열릴 예정이다.

이달 말까지 아유스페이스 한옥 갤러리에서는 ‘옥은희 도예전’이 열린다. 섬세한 청화 기법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남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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