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이내에 도달하는 이곳에서는 북한강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 3500평 부지에 카페, 레스토랑, 한옥 갤러리, 야외 테라스가 자리 잡은 ‘핫플’이다. 지난해에는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KICA) 문화공간 건축상도 받았다. 공모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곳을 방문한 어느 건축학과 교수가 “건축과 정원, 그 속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며 추천해 수상했다고 한다.
아유 스페이스 바로 앞으로 북한강이 흐른다. 강을 따라 메타세쿼이아와 벚나무가 도열해 있고, 언덕에는 자연스럽게 피어난 것처럼 심은 복수초와 할미꽃이 있다.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럽게’, 요즘 말로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가 이곳의 조경 콘셉트다. 물과 돌을 보며 머리를 비울 수 있는 ‘물멍’, ‘돌멍’ 산책을 위해서란다.
원래 있던 대문도 위치를 바꿨다. 과거 별장 안채로 직행하는 방향에 있던 대문을 폐쇄하고 구불구불한 동선을 만들었다. 그에 따라 나무들을 재배치하니 공간과 분위기가 변신했다. 요즘 가구들을 재배치해 살던 집을 변신시켜주는 집 정리 서비스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이렇게 옛 별장 안채를 ‘재생 건축’한 레스토랑에서는 통창을 통해 북한강이 시원하게 바라보인다. 젊은 세대들이 찾아와 ‘물멍’ ‘돌멍’하면서 정통 이탈리아 밀라노식 리조토를 먹는다. 한옥 갤러리에서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예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공간은 건축주의 삶을 품는다. 아유 스페이스도 그렇다. 장 대표는 말한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했어요. 어려서부터 영어에 자신이 있어 서울의 스위스계 무역회사에 취직했다가 1992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죠. 런던의 소더비 인스티튜트에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할 때 스웨덴 귀족 가문 기업인을 만나 결혼했어요. 13세기 지어진 대농장과 교회가 있는 집을 꾸리는 시어머니로부터 유럽 귀족사회의 소양을 배웠습니다. 남편과 사별 후 문화와 자연에 대한 통찰을 모국에서 나누고 싶어 만든 게 아유 스페이스입니다.” 카페 실내에 흰 기둥을 세운 것은 장 대표가 살았던 북유럽의 자작나무를 형상화한 것이다. 강가를 유럽의 호숫가 분위기로 조성해 스몰 웨딩 등 파티를 할 수 있게 한 것, 손님이 떠날 때 럭셔리 보석 브랜드들처럼 생화를 붙인 감사 카드를 건네는 것도 건축주가 살아온 길을 드러낸다.
6월에는 이곳에서 ‘아웃도어 시네마’ 행사가 열린다. 야외 정원에서 하와이 한인 이민 역사를 다룬 이진영 감독의 독립영화 ‘하와이 연가’(2024년)를 상영할 예정이다. 꿈과 희망을 찾아 해외로 이주해 가족과 공동체, 고국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은 건 영화 내용인 동시에 장 대표의 삶일 것이다. 그는 “앞으로 공간과 건축, 오페라 등 보다 풍부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이 복합문화공간의 야외 정원에서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남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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