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의 함정…장기간 지속땐 지방간·당뇨 위험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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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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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빵·면과 같은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고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섭취하는 케토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 효과가 커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귀네스 팰트로, 제니퍼 애니스톤, 할리 베리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저탄수화물·고지방’이 특징인 케토 다이어트로 체중과 건강관리를 한다고 밝혀 더욱 관심을 끌었다.

케토 다이어트의 원리

케토 다이어트에서 체중을 줄이는 방식은 ‘지방을 먹고 지방을 줄인다’라는 다소 역설적인 개념이다. 우리 몸이 평소 에너지원으로 삼는 탄수화물(포도당) 공급이 줄면, 간이 지방을 케톤체라는 분자로 전환하고 이를 포도당 대신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지방을 연료로 태우는 과정에서 체중이 감소한다.

이 식단은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단기간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장기간 유지하면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위험 미국 유타 대학교가 주도한 새로운 연구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1년에 걸친 케토 식단 실험을 진행한 결과, 쥐들은 초기에는 체중이 줄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간, 심혈관 질환 위험, 포도당 불내성 등이 나타났다. 특히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의 기능이 손상되면서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졌다. 이는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신호다. 혈중 지방 수치가 높아져 심혈관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유타 대학교의 박사 후 연구원으로 제1저자인 몰리 갤럽(Molly Gallop) 박사는 “케토 다이어트를 오래 지속할수록 포도당 불내성이 심해지고 인슐린 분비가 손상되는 것을 발견했다”라며 초기에는 건강 개선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대사 건강 개선 목적으로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실험군인 수컷과 암컷 생쥐에게 지방 89.9%로 구성된 고지방 케토 식단을 제공했다. 대조군 세 그룹은 각각 ▲10% 지방의 저지방 식단, ▲60% 지방의 일반적인 고지방 식단, ▲지방 10%·단백질 10%로 구성된 저지방·중단백질 식단을 먹였다.

1년간의 추적 결과, 고지방 케토 식단을 먹은 생쥐들은 초기에는 체중이 감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간, 극심한 포도당 불내성, 고지혈증(혈중 콜레스테롤·지방 수치 상승)을 보였다.
또한 수컷 생쥐가 암컷보다 전반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높았으며, 고지방 케토 식단을 먹은 그룹은 인슐린 민감성이 떨어지고 인슐린 수치가 낮아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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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시행 시 건강에 빨간불

이에 연구진은 “고지방 케토 식단을 먹은 수컷과 암컷 생쥐는 전통적인 고지방 식단을 먹은 생쥐에 비해 체중 증가는 막을 수 있었지만, 심각한 포도당 불내성, 높은 혈장 지질, 인슐린 분비 손상을 겪었으며, 수컷은 지방간(간세포 내 지방 과잉 축적)까지 나타났다”라며 “이번 발견은 케토 다이어트를 장기간 식이요법으로 활용하면 대사 건강에 해로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 썼다.

케토 다이어트는 원래 약 100년 전 뇌전증(간질) 치료를 위해 고안된 의료적 식단이다.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는 단기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일반인이 장기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고전적인 케토 다이어트는 총칼로리의 약 90%를 지방으로 섭취한다. 하지만 체중 감량을 위한 일반적인 케토 식단은 ▲지방 75%, ▲단백질 20%, ▲탄수화물 5%로 구성한다.

반면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3대 영양소의 이상적인 섭취 비율은 탄수화물 60%, 단백질 15%, 지방 25%이다.

식단 중단하면 부정적 변화 일부 회복

이번 연구는 또한 케토 다이어트로 인한 부정적 변화(특히 혈당 문제)가 식단을 중단하면 일부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공동 저자인 유타대 생리학자 아망딘 샤익스(Amandine Chaix) 조교수는 이는 정말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이 식단은 마법 같은 해결책이 아니므로, 따르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126/sciadv.adx2752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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