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금지에도 “몰랐다” 곳곳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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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 부과 금연구역 단속 현장
일반 담배와 달리 흡연율 증가세
관련법 개정, 24일부터 동일 규제
‘딸기맛’ 등 가향 물질 광고도 못해… “유해성분 규제 더 강화해야” 지적

24일 경기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 앞 금연구역에서 권선구보건소 금연 단속원들이 시민들에게 강화된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를 안내하고 있다. 수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4일 경기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 앞 금연구역에서 권선구보건소 금연 단속원들이 시민들에게 강화된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를 안내하고 있다. 수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선생님, 이곳은 금연구역입니다. 전자담배도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역 인근 골목에서 한 20대 여성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골목 곳곳에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고 안내 방송도 흘러나왔지만 흡연자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본보 기자와 함께 단속에 나선 팔달구보건소 직원은 전자담배도 단속 대상임을 알린 뒤 해당 여성에게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했다. 이 여성은 “다른 사람들도 여기서 전자담배를 많이 피우길래 단속 대상인 줄 몰랐다”고 했다.

올 4월 개정 담배사업법이 시행되면서 담배의 정의가 ‘연초의 잎’으로 만든 제품에서 ‘연초나 니코틴’ 함유 제품으로 확대됐다.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궐련)처럼 금연구역에서 피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 흡연자들은 바뀐 규정을 모르거나 규제를 무시하는 모습이 정부 단속에서 잇달아 적발됐다.

● 금연구역서 전자담배 흡연 시 최대 10만 원

정부는 개정법 시행 이후 두 달의 계도 기간을 거쳐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금연구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달라진 규정을 미처 몰랐다는 흡연자가 많았다. 이날 지하철역 앞에서 적발된 10대 이모 씨는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냄새가 적어 피해를 덜 준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부가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액상형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처럼 규제하는 것은 청소년과 여성을 중심으로 전자담배 흡연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성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율은 2020년 3.2%에서 2024년 4.9%로 늘었다. 청소년 역시 2020년 1.9%에서 지난해 2.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담배 흡연율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성화 수원시 권선구보건소 주무관은 “법 개정으로 전자담배가 담배로 명확히 규정되면서 단속 실효성이 높아지고 흡연자들이 경각심을 갖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담배 유해성분 규제 더 강화해야”

이날 권선구의 한 전자담배 판매점 앞에는 ‘딸기맛’, ‘소다맛’ 등을 홍보하던 입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법 개정에 따라 전자담배 판촉 규제도 까다로워져 판매점은 외부에 광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의 흡연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지적을 받아 온 가향물질 관련 문구나 사진도 담배 제품 포장과 광고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인근 학교에 다니는 김규은 군(14)은 “여러 가지 맛이 난다는 광고를 보고 전자담배가 어떤 건지 궁금했었다”며 “광고가 사라지면 학생들의 호기심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양모 씨(44)는 “학교 주변에 전자담배 광고가 노출돼 불안했는데 일반 담배처럼 관리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담배 유해성분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합성 니코틴과 화학구조가 비슷한 유사 니코틴을 비롯해 실제 니코틴을 포함했지만 ‘무니코틴’이라고 홍보하는 행위 등 법망을 피해 가는 시도를 적극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열 대한금연학회장은 “가향물질 광고를 제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가향물질 사용 자체를 금지해 담배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전은정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확대된 담배 정의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기 위해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금연구역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신예린 기자 y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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