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금융 본격 시동...기대 만큼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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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금융에 쏠리는 기대가 크다. 그만큼 제도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전환 전략 기반의 유연한 전환금융은 자칫 원칙 없이 형해회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 전환금융은 녹색금융을 대체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녹색을 확대하고 촉진하기 위한 임시적 발판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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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기대와 우려 섞인 한국 전환금융의 첫 발걸음

한국에서 전환금융이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지난 2월 25일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통해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존 녹색금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탄소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목표로 전환금융 라벨을 새로 만들어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기후위기 대응의 문법이 ‘완전한 녹색’을 넘어 고탄소 산업의 체질 개선을 지원하는 전환금융으로 확장되고 있다. 5대 탄소집약 산업(전기·철강·화학·시멘트·석유정제)의 탄소 배출량이 전체의 71%에 이르는(2024 CDP 한국보고서) 한국에서, 정부가 K-GX를 정책의 화두로 던진 상황에서 전환금융의 도입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발표 내용을 분석하고 이면에 숨겨진 위험 요소를 짚어보고자 한다.

한국이 선택한 유례 없는 ‘유연성’의 길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부분은 대한민국이 전례 없는 안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전환금융은 크게 택소노미에 기반하는 방식과 기업의 전환 전략(Transition Strategy)에 기반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택소노미 기반은 기존 녹색금융과 같이 특정한 경제활동을 ‘전환 활동’으로 택소노미에 분류하여 특정 조건을 충족할 때 금융을 투입한다. 전환 전략 기반은 기업이 탄소 감축 등의 전환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는지에 따라 금융을 집행하는 형태다.

전환금융 시행 국가들은 그들의 금융 전통과 산업 구조에 기초하여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명확한 기준과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나라들은 택소노미 방식을 채택한다. 아세안(ASEAN)과 유럽연합(EU)이 대표적이다. 반면 유연성을 중시하는 나라들은 전환 전략 기반을 선호한다. 일본과 영국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업 단위의 전환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려워진다.

정부의 선택은 두 가지를 모두 해 보겠다는 것이다. 택소노미 기반 전환금융과 전환 전략 기반의 전환금융을 모두 하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의 의미다. 두 가지를 다 한다고 해서 신뢰성과 유연성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기업과 금융은 두 모델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둘 중 한 모델이 다른 모델을 보완하기보다는 서로 구축하는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택소노미 기반의 기존 녹색금융은 택소노미 기반의 전환금융 도입을 통해 상당 부분 대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더해 일본과 같은 유연성 강조 모델인 기업 단위의 전환금융을 택소노미 외부에서 추가적 옵션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종별 전환 로드맵, 산업부 주도가 바람직한가

이러한 제도의 ‘유연성’은 철강·발전·시멘트·자동차·반도체 등 고탄소 업종의 단기적 이해에는 부합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면에는 기존 제도의 와해와 신뢰성 붕괴라는 위험 요소가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기업들의 전환 전략이 과연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나올 수 있는가가 문제다. 택소노미라는 ‘나침반’이 없는 전환 전략 기반 전환금융은 기업이 수립한 전환 전략의 실효성에 따라 성패가 판가름난다.

한국 가이드라인은 ‘전환 전략’으로 ‘정부 등이 수립한 과학 기반 목표 및 전환 경로의 채택’을 우선적으로 따르도록 규정한다. 이게 ‘구멍(loophole)’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수립하는 전환 경로라고 할 수 있는 업종별 로드맵 작성을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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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아닌 산업통상부(산업부)가 전담하기 때문이다. 아예 정부는 전환 전략 기반의 전환금융 운영 주체를 산업부로 상정한다. 전통적으로 산업부는 업계의 이해와 산업경쟁력이라는 자장(磁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는 전환금융을 특정 산업에 대한 특혜금융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업종별 로드맵 작성에 산업부가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기후부나 K-GX의 컨트롤타워가 로드맵을 최종적으로 심의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전환 전략 기반의 ‘유연한’ 전환금융을 시행하거나 구상하고 있는 일본과 영국의 가이드라인보다도 훨씬 느슨한 요소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전환 전략에서 기업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코프 3(가치사슬 전체의 배출량)에 대한 관리 권고가 없다. 영국의 가이드라인은 스코프 3 배출량 목표를 설정할 것을 권고한다. 일본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업이 스코프 3 목표를 설정하고 방법론을 공시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

전환 전략의 환경·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려 수준도 약하다. 일본은

‘정의로운 전환’

‘필수(shall)’사항으로 요건에 포함시킨다.

영국 또한 ‘정의로운 전환’과 ‘자연 및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전환금융 평가 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심도 있게 다루며 관련 프레임워크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한국 가이드라인은 ‘환경·사회적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간략하게 언급하고 넘어갈 뿐이다.

전환 전략이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조항도 생각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전환금융 자체가 원칙 없이 형해화될 수 있는 위험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영국과 같이 전환 목표 달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외부의 ‘의존성(Dependencies)’을 식별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요구하는 단서 조항은 필요하다.

또 전환금융을 도입하면서 택소노미 내 전환 부문을 그대로 둔다면 대규모 화석연료 투자에 여전히 녹색 딱지가 붙을 수 있다. 여기에 택소노미 기반 전환금융과 전환 전략 기반 전환금융이라는 새로운 날개까지 붙여준 셈이다.

전환금융 본격 시동...기대 만큼 우려도 크다

탄소 고착 문제를 넘어서

비용과 규제 문제로 녹색금융을 통한 탈탄소 전환을 꺼리는 기업들에게 정부가 발표한 방식으로 전환금융의 문을 여는 순간, 환경·사회적 조건과 기술 요건을 충족시키며 녹색금융을 이행하기보다는 현시점에 편리하고 비용효율적인 감축수단을 전환금융을 통해 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녹색은 갈색으로 대체된다. 이른바 ‘탄소 고착(Carbon Lock-in) 문제다.

지난 5년간(2021~2025년) 일본 전환금융 자금의 16.3%가 가스와 석유 투자에 활용되었으며(일본 경제산업성, 2025), 민간 투자도 LNG와 암모니아 혼소에 자금이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모델을 가져온 한국도 이 경로를 답습할 수 있다.

전환금융은 녹색금융을 대체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녹색을 확대하고 촉진하기 위한 임시적 발판으로 기능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기존 고배출 업종의 이익을 보전하고, 금융이 투자처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고배출 산업에서의 녹색금융의 촉진책 역시 동시에 마련되어야 하며, 전환금융이 녹색금융을 구축(Crowd-out)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기후 관점의 업종별 로드맵 구축, 화석연료 자산의 조기폐쇄, 감축 경로와 구체적 실행 계획에 대한 세부 지침, 스코프 3, 택소노미 전환 부문의 정리, 탄소 고착의 정의와 대응책, 고탄소 업종의 녹색금융 진흥책 등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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