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들이 정말 노력 많이 하고 있다.”
지난 11일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 1~2차전이 진행된 잠실야구장에서 만났던 박세혁(NC 다이노스)의 말이었다.
최근 NC는 거센 상승세를 타고 있다. 13일 인천 SSG랜더스전 전 기준 파죽의 7연승을 질주하며 중위권 싸움 ‘태풍의 눈’이 됐다. NC가 7연승을 달린 것은 지난 2020년 9월 2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 더블헤더 1차전~2020년 9월 2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1688일 만이다. 성적은 17승 1무 18패로 단독 4위. 5할 승률에도 불과 1승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다.
‘기적’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행보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성과를 내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3월 29일 창원 NC-LG 트윈스전에서 창원NC파크 구조물이 추락해 관중 세 명이 다치고 이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뒤 NC는 홈 구장 안전점검으로 인해 ‘떠돌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숙소에서 훈련하는 등 많은 어려움 속에 시즌을 치르고 있다.
전력도 온전하지 않았다. 박건우가 햄스트링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왔으나, 아직 100%의 몸 상태가 아니다. 이 밖에 박민우(햄스트링), 서호철(햄스트링), 김형준(무릎 타박) 등도 모두 부상을 안고 있으며, 11일 두산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맷 데이비슨마저 왼 햄스트링 근경직으로 경기 도중 교체됐다.
이런 와중에도 NC가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막강한 타선이 있었다. 연승 기간 NC는 팀 타율(0.324)과 홈런(12홈런), OPS(출루율+장타율·0.938)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투수진의 활약도 돋보였다. 먼저 라일리 톰슨, 로건 앨런, 신민혁 등으로 꾸려진 선발진이 무난한 활약을 펼쳤으며, ‘젊은 피’ 목지훈, 김녹원 등도 가능성을 보였다. 손주환, 전사민, 배재환, 류진욱이 지키고 있는 불펜진 또한 안정감을 더해가고 있다.
여기에 베테랑들 역시 큰 존재감을 과시하며 공룡군단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이호준 NC 감독은 요 근래 항상 입버릇처럼 “고참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이끌어 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11일 두산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캡틴’ 박민우가 주장 역할을 제대로 했다. 해당 경기 1회말 내야진이 2개의 실책을 범하며 4실점하자 곧바로 선수들을 불러 모아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이후 분위기를 추스른 NC는 11-5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최근 기자와 인터뷰를 가진 한석현은 “(박)민우 형이 우리를 잘 끌고 가준다. 계속 조언과 쓴소리도 하신다. 우리들이 좀 더 으쌰으쌰 할 수 있게 해 주신다. 주장이 앞장서니 우리가 더 똘똘 뭉치게 된다”며 “박민우 형 덕분인지 제가 1군에 올라왔을 때부터 팀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다소 지쳐 보이긴 했지만, 팀 분위기 만큼은 매우 좋았다”고 전했다.
박민우 외에 손아섭, 박건우, 권희동 등도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NC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석현은 “형들이 다 잘 챙겨준다. (권)희동이 형, (박)건우 형, (박)민우 형, (손)아섭이 형들은 다 국내에서 타격으로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들이다. 형들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분위기도 좋게 만들기 위해 힘쓰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투수진 연령층이 어린 편이지만, 이들에게는 베테랑 포수 박세혁이 있다. 경기에는 많이 나서지 못하고 있으나, 틈날 때마다 더그아웃에서 젊은 투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박세혁은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고참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을 제대로 안 해주면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 많은 팀들과 붙을 때 주눅이 든다. 저도 주로 벤치에 앉아 있지만, 더그아웃에서 어린 투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던져봐라’는 조언도 한다”며 “고참들이 정말 노력 많이 하고 있다. 기다려 주시면 순위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제 NC는 13일 인천 SSG전을 통해 기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연승이 바로 끊길 수도 있으며, 중위권 다툼이 워낙 치열해 순위 하락 역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베테랑들의 리더십을 통해 선수단이 똘똘 뭉쳐 있는 NC는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