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궁궐과 서양식 건축물은 이렇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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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
건립 후 생활양식의 변화 한눈에

21일 서울 중구 덕수궁 내 서양식 건축물인 돈덕전에서 궁능유적본부 특별전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만나고, 간직하다’ 언론 공개회가 열렸다. 돈덕전 등 양관은 화재에 비교적 강해 1904년 발생한 덕수궁 대화재에도 불타지 않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1일 서울 중구 덕수궁 내 서양식 건축물인 돈덕전에서 궁능유적본부 특별전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만나고, 간직하다’ 언론 공개회가 열렸다. 돈덕전 등 양관은 화재에 비교적 강해 1904년 발생한 덕수궁 대화재에도 불타지 않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비록 온돌은 아니나 상탑(침대)이 두껍고 높아 냉기가 조금도 없다.”

1896년 9월,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던 고종 황제가 서양식 침실을 두고 한 말이다. 바닥을 데우는 온돌 대신 공기를 데우는 라디에이터(방열기)가 설치됐고 침대와 의자, 커튼 등 입식 생활을 위한 가구들이 사용됐다. 또한 고종은 “양옥은 구조가 넓고 높아 시원한 기운이 한번 들어오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면서 궁궐 내 서양식 건축물에 호의적 반응을 드러냈다.

1876년 개항 이후 궁궐에 건립된 서양식 건축물의 역할을 조명하는 특별전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洋館)―만나고, 간직하다’가 22일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당시 양관의 건축적 특징과 용도, 양관 건립에 따른 생활양식의 변화 등을 살펴본다. 황실 보물을 보관하는 장소로서 간직했던 국새, 어보 등 유물 110여 점도 전시된다. 외교 의례 공간인 폐현실(陛見室)을 대한제국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일제강점기 변형된 정관헌(靜觀軒)은 원래 모습과 비슷하게 연출돼 눈길을 끈다. 정관헌은 전통 지붕에 서양식 기둥과 발코니형 난간, 기하학적 타일이 접목된 건물이다. 원래는 난간 안쪽이 벽으로 둘러막혀 있었으나, 덕수궁이 공원으로 개발되면서 1933년경 3개 면이 헐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벽을 설치해 변형 이전과 가까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홍현도 덕수궁관리소 학예연구사는 “정관헌은 ‘고종 황제가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던 장소’로 흔히 알려졌으나 실제로 그런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며 “왕의 초상화를 그리고 봉안했던 곳이자 황실 보물을 보관하던 곳임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 연출된 모습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7월 13일까지.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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