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파괴된 산림, 조정 부패 때문이었다[곽재식의 안드로메다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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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전영우 지음/427쪽·2만2000원·조계종출판사

요즘 ‘재산권 보호’라고 하면 힘 있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많은 재산을 보호해 주자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본래 옛날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재산권 보호를 강조했을 때의 의미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귀족들이 힘으로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권리를 함부로 빼앗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 위해,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재산에 대한 권리라도 지켜 주자고 주장했다.

이런 보호는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좋은 기술을 개발해서 재산을 모은다고 하더라도 귀족의 말 한마디에 그 재산을 다 빼앗긴다면 열심히 일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지 않나. 그 대신 귀족에게 어떻게 잘 아부할 수 있는지, 어떻게 스스로 높은 귀족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지에만 신경 쓰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일어났던 곳이 조선 후기의 한반도다. 예를 들어, 1753년에 나온 ‘공폐’라는 자료를 보면 나라에 나무를 조달하는 문제가 실려 있다. 당시 조선 조정은 나무의 가격을 지정해 뒀다. 그런데 17세기 이후 날씨가 나빠지면서 나무를 구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하지만 조정은 가격을 그대로 고정해 두고 사람들에게 그 가격을 강요했다.

이렇게 되면 나무를 바쳐야 하는 사람들은 큰 손해를 입게 된다. 높은 분들과 줄이 닿아 나무 바치는 일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무를 구하지 못해 처벌받을 수도 있었다. 이런 일이 도처에서 벌어졌기에 조선 후기 사람들은 자기 본업을 열심히 하려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든 높은 벼슬을 차지한 양반에게 잘 보이는 경쟁을 해야 했다.

애초에 나무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면 나무 가격이 당연히 올랐을 터. 만약 조정에서 비싸더라도 제값을 치르고 나무를 사 갔다면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앞다투어 산에 나무를 심어 팔아 보려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산에서 나무가 줄어드는 문제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싼값에 나무를 구해 오라고 백성들에게만 강요한 결과, 점점 나무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숲은 지키는 데는 관심을 안 가졌다. 결국 조선 후기 온 나라는 민둥산이 곳곳에 펼쳐지는 광범위한 생태계 파괴가 일어났다.

이처럼 생태계를 지키는 일은 경제에서 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와 연결돼 있다. 오랜 세월 나무에 대해 연구해 온 학자인 전영우가 쓴 ‘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는 조선 후기의 산림 파괴를 매우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 여러 방향에서 설명한 책이다. 옛 기록과 함께 과학적인 지식을 다뤄 생태계 파괴의 원인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글을 쓴 솜씨도 유려해서 누구든 한 번쯤 읽어 보는 데 도전해 볼 수 있을 만큼 잘 구성돼 있다.

막연히 생각하면 과학 기술이나 경제의 발전과 자연 보호는 반대라는 생각을 갖기 쉽다. 과거로 되돌아가면 생태계는 마냥 풍성했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냥 전통 시대의 옛 방식으로 돌아가 가만두기만 하면 도리어 한국의 숲 생태계는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지금처럼 한국의 산에 나무가 가득한 게 당연한 풍경이 된 세상은 현대에 들어 발전된 기술의 힘을 사용해 국민 모두가 애써 노력한 결과다. 과학을 생태계에 대해 더 깊이 알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면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 오히려 자연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경제 발전과도 연결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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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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