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K팝 댄스, 누구나 따라 추도록 설계됐다

2 hours ago 2

틱톡-쇼츠 등 통해 댄스 챌린지 확산
‘보통의 몸’ 전제로 한 효율적 춤 인기
K팝, 그 흐름에 올라타 글로벌 히트
◇K팝 댄스: 춤, 팬덤, 소셜 미디어/오주연 지음/348쪽·2만4000원·컬처룩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무용이론학과 교수인 저자는 K팝 댄스를 ‘소셜미디어 댄스’라는 개념으로 이론화한다. 3월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컴백한 방탄소년단(BTS)이 타이틀곡 ‘SWIM’ 댄스 챌린지를 하는 모습. BTS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무용이론학과 교수인 저자는 K팝 댄스를 ‘소셜미디어 댄스’라는 개념으로 이론화한다. 3월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컴백한 방탄소년단(BTS)이 타이틀곡 ‘SWIM’ 댄스 챌린지를 하는 모습. BTS 인스타그램 캡처


오늘날 K팝은 ‘듣는 음악’이라기보다 ‘보는 음악’에 가깝다. 노래와 안무가 분리되지 않고, 짧은 숏폼 영상 속에서 반복되는 포인트 동작이 곧 음악에 대한 기억으로 남는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무용이론학과 교수인 저자는, 바로 이 ‘춤의 언어’로 K팝을 읽어낸다.

단순한 K팝 팬북이 아니라 춤과 팬덤, 소셜미디어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학술서다. 저자는 뉴욕과 캘리포니아, 서울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및 전문 K팝 댄서 40명을 5년에 걸쳐 인터뷰했다. 안무 실습과 참여 관찰을 병행한 민족지적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논의를 펼친다. 미국에서 2023년 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책의 핵심 개념은 ‘소셜미디어 댄스’다. 과거엔 사교를 위한 춤과 대중 앞에서 보여지는 춤은 구분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경계는 흐려졌다. 틱톡과 쇼츠를 통해 누구나 춤을 보고, 따라 하고, 올린다. 참여자는 관객인 동시에 안무 수행자가 될 수 있다. 모두가 모바일 화면을 들여다보며 살던 팬데믹 이후, 댄스 챌린지는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그 흐름에 올라탄 K팝은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춤은 기존 미디어가 보여주던 방식과도 다르다. 할리우드 댄스 영화 ‘스텝업’ 속 춤이 정교한 카메라워크와 편집으로 비범하고 초월적인 신체를 강조한다면, 틱톡의 챌린지 댄스는 제한된 공간과 짧은 시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구현되는 ‘보통의 몸’을 전제로 한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어야 확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K팝을 차별화하는 특징은 ‘제스처 포인트 안무’다. 빠르고 악센트가 강한 동작, 정면을 향한 정확한 상체 움직임, 얼굴과 손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안무는 2차원 화면이란 한계를 오히려 강점으로 바꾼다.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는 대표적 사례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총을 쏘는 듯한 동작, 강렬한 의상과 표정 연기는 2019년 틱톡을 대표하는 챌린지 중 하나가 됐다.

책은 K팝 댄스의 뿌리를 1980년대 방송국 무용단의 백업 댄스에서 찾는다.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 대형 기획사의 트레이닝 시스템, 방탄소년단(BTS)에 이르기까지 K팝 퍼포먼스의 계보를 촘촘히 짚는다.

2000년대 남녀 솔로 가수의 대표 격인 보아와 비를 비교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보아는 ‘아티스트’로 인정받기 위해 운동학적이고 절제된 움직임을 강조해야 했지만, 비는 보다 자유롭게 섹슈얼한 춤을 수행할 수 있었다. 여성 아이돌에게는 성적 표현이 낙인이 될 수도 있는 반면, 남성 아이돌의 섹슈얼리티는 퍼포먼스의 매력으로 소비되는 구조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저자는 K팝 커버댄스를 무비판적인 ‘문화 차용’으로만 보지 않는다. 서구 팝 역시 오랫동안 다른 나라의 춤과 리듬을 차용하며 발전해 왔다. 그런데 유독 비백인 문화에만 남의 문화를 빌려 쓴다는 잣대를 들이밀고 평가절하하는 건 편견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 책은 뻔한 K팝 입문서와 다르다. 왜 사람들은 K팝을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접 따라 추는가, 왜 그 짧은 안무가 세계를 움직이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K팝은 이제 무대 위 아이돌만의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 화면 앞에 선 모두의 몸을 통해 다시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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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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