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변화시키는 한마디 "뭐가 제일 중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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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변화시키는 한마디 "뭐가 제일 중요한가요?"

영화 F1은 ‘최고가 되지 못한 전설’과 ‘최고가 되고 싶은 루키’가 같은 팀에서 부딪치고 협력하며 결국 함께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주목 받는 유망주였지만 큰 사고로 한순간에 추락한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와 떠오르는 천재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는 갈등과 협력의 시간을 보내며 한 단계 성장한다.

그들의 여정은 조직에서 리더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도 닮아 있다. 특히 몇몇 장면은 리더십의 본질이 ‘완성형’이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과 도전을 거듭하며 이어지는 ‘성장의 여정’임을 성찰해 볼 수 있도록 한다.

#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불의의 사고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소니는 오랜 친구에게 F1 복귀를 제안 받는다. 최하위 팀에 합류해 기적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망설이던 그는 친구가 남기고 간 영국행 1등석 티켓을 바라보며 레스토랑 서버에게 이렇게 묻는다.

“만약 오랜 친구가 상상도 못할 좋은 제안을 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어요?”

서버는 되묻는다. “돈은 얼마나 주는데요?”

소니가 고개를 저으며 답한다. “돈이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러자 서버는 너무도 단순한 문제라는 듯 말했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그 질문은 소니의 선택을 명료하게 만든다.

많은 리더들도 여러 이슈 속에서 우선순위를 잃고 흔들린다. 이럴 때 “그게 왜 중요한가?”라고 묻는 순간 본질이 선명해진다. 리더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하지만, 모든 사안을 다 끌어안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하는 것이 리더의 책무다.

“왜 중요한가?”는 단순한 자기 성찰을 넘어 팀과 조직을 움직이는 나침반이 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리더는 이 질문을 통해 방향을 세우고, 팀원들과 선택의 기준을 공유해야 한다. 리더십의 본질은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그 선택을 책임지는 데에 있다.

# 사람들의 함성, 환호는 그저 소음일 뿐이야
촉망받는 루키 조슈아는 대중 앞에 보여지는 이미지를 중시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도 언론 인터뷰와 파티를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소니는 오직 레이스에만 집중하며 이렇게 충고한다.

“사람들의 함성은 그저 소음일 뿐이야. 레이싱에 집중해”

현실에서도 유사한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팀워크보다 스포트라이트를 쫓아 개인기를 앞세우거나, 성과를 과장해서 보고하는 경우다. 이런 문화가 굳어지면 조직은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고, 보여주기식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지게 된다.

외부의 인정과 보상은 강력한 동기 요소지만, 언제나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쉽게 사라지기도 한다. 진정한 동력은 외부에서 오는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취에서 비롯된다. 리더는 팀이 외부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본질적인 가치와 목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 너는 위대해질지도 몰라
소니는 조슈아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이렇게 말한다.

“너는 앞으로 위대해질지도 몰라.”

이 한마디는 조슈아가 상대에 대한 경계를 풀고 본인이 가진 잠재력에 집중하게 한다.

구성원의 재능을 발견하는 안목도 리더의 중요한 역량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구성원을 제대로 관찰할 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거나, 오히려 견제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구성원을 ‘키워야 할 대상’이나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는 태도는 결국 조직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지금 구성원은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며 성장해 나갈 파트너여야 한다. 리즈 와이즈먼은 저서 ‘멀티플라이어’에서 이렇게 구분한다.
- 디미니셔(Diminisher): 스스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려 하고, 주변의 에너지와 역량을 고갈시키는 리더
- 멀티플라이어(Multiplier): 질문과 협력을 통해 팀의 지적 역량을 끌어올리고, 창의성과 성과를 배가시키는 리더

리더의 말 한마디는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는 촉매제가 된다. 그 말이 경계를 짓는 낙인이 될 수도, 구성원의 가능성을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협력을 이끌어 내는 리더는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말을 선택한다.

# 트로피는 저 사람에게 주세요
소니의 몸 상태로 레이싱에 참가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동료가 출전을 만류하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차를 몰 수 있다면 나는 죽어도 좋아, 몇 번이라도”

소니에게 레이스는 단순히 승부가 아니었다. 몰입의 순간이자 성과 그 자체였고, 동시에 팀과 함께하는 도전이었다.

끝내 레이스에서 우승한 소니는 자신에게 복귀를 제안했던 동료에게 트로피를 건넨다. 그리고 본인이 트로피를 들지 않는 대신, 최고의 차를 만들어준 엔지니어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눈다. 그는 성숙한 리더처럼 우승이라는 성과를 독점하지 않고, 팀과 팀원의 성장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축하하며, 우승이 개인기가 아닌 협력과 시스템으로 이룬 성과임을 분명히 한다.

조직심리학자 허즈버그의 ‘동기-위생 이론(Two-Factor Theory)’에 따르면, 구성원은 자신의 노력이 조직 목표 달성에 기여한다고 인정받을 때 더 큰 동기와 만족감을 느낀다. 특히 리더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기여까지도 공식적으로 인정할 때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리더는 성과와 가까워질수록 트로피를 드는 사람이 아니라, 트로피를 건네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이제 네 팀이야
소니는 우승 후 F1의 스타로 남는 대신, 함께 도전을 이어 온 후배에게 “이제 네 팀이야”라는 말을 남기며 새로운 여정을 향해 떠난다. 이는 지위가 곧 영향력이라 믿는 이들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리더십은 지위나 직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직함이 없어도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진짜 리더다.

우리 곁에도 지금까지의 성과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도전을 위해 오늘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리더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완성된 리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전과 배움을 거듭하며 이어지는 성장의 여정이 있을 뿐이다.

변솔 휴넷리더십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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