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주민규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비록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늦깎이’로 국가대표가 된 점은 비슷하다. 일본 축구대표팀의 미국계 혼혈 공격수 저메인 료가 일본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저메인은 8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선발 출전해 26분 만에 포트트릭(4골)을 기록했다.
이날 일본은 저메인의 활약을 앞세워 홍콩을 6-1로 쓰러뜨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7일 중국을 3-0으로 격파한 한국과 나란히 1승을 기록했다. 득실차에서 2골을 앞서며 1위에 올랐다.
저메인은 3-4-3 포메이션의 우측 공격수로 나섰다. 미야시로 타이세이, 카키타 유키와 함께 일본의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4분 만에 소마 유키의 크로스를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으로 돌려놓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10분에도 소마의 크로스를 이어받았다. 수비를 따돌리고 헤더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나가키 쇼의 추가골로 3-0으로 앞선 전반 23분에는 완벽한 패스 플레이 후 상대 페널티 박스 앞쪽에서 원터치 왼발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포트트릭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3분 뒤 우측면 쿠보 토지로가 상대 수비를 제치고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찔러 넣은 패스를 가볍게 오른발로 연결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저메인의 활약으로 일본은 일찌감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경기 후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저메인의 활약에 대해 “지난 시즌 J리그에서 그의 활약을 봤을 때 더 득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득점과 포스트 플레이뿐만 아니라 공격에서 수비 가담까지 좋다. 현재 그는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다”라고 칭찬했다.
저메인은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26분 만에 포트트릭을 기록하며 일본축구 대기록을 새롭게 써 내렸다. A매치 첫 경기 포트트릭을 달성한 마지막 선수는 1930년 5월 데뷔전을 치른 와카바야시 타케오다. 저메인은 95년 만에 위업을 달성했다.
경기 후 그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보여줬던 폭발력을 보여준 것 같다”라며 “리그에서 그동안 결정력 부족이 있었는데, 선제골이 들어가며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었다. 최전방에 나선 카키타가 박스 안쪽에서 상대와 경합을 펼치면서 더 좋은 포지셔닝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슈팅으로 이어질 수 있던 원인”이라고 말했다.
1995년생 저메인은 산프레체 히로시마에서 활약 중이다. 2017년 베갈타 센다이에서 데뷔 후 요코하마FC, 주빌로 이와타를 거쳐 올해 이적했다.
저메인이 만개한 시점은 오래되지 않았다. 2022년 이와타 이적 후다. 이와타의 강등에도 저메인은 팀에 남았고, 2023시즌 33경기 9골로 승격을 이끌었다. 2024시즌에는 팀의 부진에도 19골을 터뜨리며 득점 3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는 히로시마로 둥지를 옮겨 리그를 비롯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T) 등 공식전 30경기 6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생애 첫 A대표팀에 차출됐다. 연령별 대표팀 경험이 없던 그는 30세 나이에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그는 30년 113일의 나이로 데뷔전을 치렀고, 4골을 몰아치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한국의 ‘늦게 핀 꽃’ 주민규와 같다. 주민규는 2013년 고양Hi에서 데뷔 후 서울이랜드, 제주유나이티드, 울산HD를 거쳐 대전하나시티즌에서 활약 중이다. 저메인과 달리 꾸준한 활약상을 보였지만, 대표팀과 연은 멀었다.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던 주민규는 지난해 3월 33세 333일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고, 33세 343일 나이로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6월에는 싱가포르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1골 3도움으로 34세 54일의 나이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대회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두 팀의 ‘늦게 핀 꽃’ 간의 맞대결 또한 상상할 수 있다.
[용인=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