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350~1370원대 좁은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숨 고르기를 이어갔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커졌고 원화 강세(환율 하락) 흐름에도 제동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0원90전 오른 1369원60전에 장을 마쳤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중동 정세 전개에 따라 1340~1380원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더 커지면 원·달러 환율이 138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우세할 수 있다”며 “최근 외국인 순매수로 급락한 환율이 단기적으로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중동 사태가 당장의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글로벌 외환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민혁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 둔화를 고려할 때 이번 중동 이슈가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을 뒤집을 정도의 변수는 아니다”며 “원화는 달러화보다 여전히 저평가돼 환율의 추가 하락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통 국제 유가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하고, 유가가 내리면 환율이 하락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와 원화 간 상관관계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 유가가 중동발 리스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채권시장은 이번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3%포인트 오른 연 2.462%에 거래를 마쳤다. 5년 만기 금리와 2년 만기 금리는 각각 0.016%포인트, 0.043%포인트 상승해 연 2.597%, 연 2.466%에 장을 마쳤다.
단기채 금리 상승에는 이 총재 발언의 영향이 크다. 이 총재는 13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올해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고 있다”며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 투자를 용인해온 과거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완화된 금융 조건이 주택 시장을 부채질하면서 하반기 정책금리(인하)는 잠시 멈추고 내년 2월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은 새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 논의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슈퍼 추경’ 논의로 장기 금리가 급등했다.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가 최고 연 2.891%까지 급등하고 30년 만기 금리는 연 2.754%로 뛰었다. 국고채의 공급 과잉 공포가 채권 매도를 부추겼다는 해석이다. 시장에선 2차 추경 규모의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며 장기물 국고채 매도세가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미현/배정철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