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위험이 최고조로 올라가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요동쳤다. 3000선을 목전에 뒀던 코스피지수는 8거래일 만에 상승 행진을 멈추고 2900선을 내줬다. 코스닥지수는 3% 가까이 급락했다. 지정학적 위험을 계기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지만 조정이 마무리되면 국내 증시는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흘러내린 코스닥시장
13일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0.96% 내렸다. 일본 닛케이225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각각 0.89%, 0.75% 밀렸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변한 데 따른 것이다.
코스피지수도 0.87% 내린 2894.62에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연속 펼친 랠리를 멈추고 다시 2800선으로 내려앉았다. 기관투자가가 611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은 각각 4673억원, 12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는 점이 위험자산 투자자의 우려를 자극했다. 중동은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는 관세 카드와 유가 급등세가 맞물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세계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스닥지수는 내림폭이 더 컸다. 2.61% 급락한 768.86에 거래를 마쳤다. 성장주 낙폭이 두드러졌다. 코스닥시장 대장주인 알테오젠 주가는 6.09% 하락한 38만5500원에 마감했다. 리가켐바이오도 7.24% 떨어졌다. 로보티즈(-8.46%), 레인보우로보틱스(-4.15%) 등 로봇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가 급격한 상승 랠리를 이어오던 차에 중동 전쟁이 차익 실현 빌미가 되면서 글로벌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보였다”며 “전쟁 위기 앞에선 상대적으로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이 더 큰 조정을 받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원90전 오른 1369원6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달러 약세를 반영해 3원70전 내린 1355원에 출발했지만 공습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후 한때 1373원까지 뛰기도 했다. 하루 동안의 환율 변동 폭은 21원에 달했다.
◇“조정 마무리 후 반등 가능”
반면 중동의 지정학적 분쟁이 고조되자 해운주와 정유주는 크게 올랐다. 흥아해운은 가격제한폭(29.79%)까지 뛴 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한해운과 HMM도 각각 8.91%, 5.22% 급등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무조건적으로 해운주에 긍정적인 건 아니지만 과거 경험을 통해 공급망 혼란이 결국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 영향”이라며 “수에즈운하가 연내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유주 중에선 한국석유(30.00%), 한국ANKOR유전(29.73%), 흥구석유(29.97%)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전쟁 위기가 커질 때마다 급등하는 풍산(22.15%), LIG넥스원(14.35%), 현대로템(3.95%) 등 방산 업종도 강세였다.
단기간 급등한 국내 증시에 제동이 걸렸지만 증권가에선 여전히 ‘3000피’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이 센터장은 “중동 전쟁이 최악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거는 기대가 주식시장에 살아 있는 만큼 이번 조정이 끝난 뒤엔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