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사람을 살리다… 게임이 만들어낸 기적들[게임 인더스트리]

1 week ago 8
불과 15년전만 해도 사람들은 001을 누르고 국제 전화를 걸어야 해외에 있는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게임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해외의 누구와도 실시간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술의 발달은 전세계의 연결성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최근의 게임들은 글로벌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거대한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습니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같은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동질감과 소속감으로 인해 다른 어떤 콘텐츠 보다도 커뮤니티가 끈끈하고 두텁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세상에 많은 도움과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지요.

일례로, 지난 2020년에 미국 텍사스에 사는 한 20살 소녀가 5,000마일(약 8,046km) 떨어진 곳에서 발작을 일으킨 영국의 17살 게임 친구를 구해낸 것은 게임 커뮤니티의 끈끈함이 주는 한 단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국의 에이단 잭슨과 미국의 디아 라토 / 사진 출처: 탐론홀쇼 유튜브 캡처

영국의 에이단 잭슨과 미국의 디아 라토 / 사진 출처: 탐론홀쇼 유튜브 캡처

미국 텍사스 출신의 디아 라토는 어느날 게임을 하던 중에, 자신의 영국 게임 친구인 에이단 잭슨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게임 안에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던 도중에 갑자기 에이단 잭슨이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져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 것을 깨달은 것이죠.

깜짝 놀란 디아 라토는 즉시 영국 경찰들에게 수차례 신고를 했고, 그 결과 에이단 잭슨의 집에는 빠른 시간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에이단 잭슨의 방은 2층이었는데, 당시 그 부모들조차 자신의 아들이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상황이었죠.

게임친구 디아 라토로 인해 에이단 잭슨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일화는 게임으로 이어진 네트워크가 상당히 강력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랜 게임 동료로 서로 신뢰하며 서로의 주소를 공유했던 것이 에이단 잭슨의 생명을 살려준 것입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 출처: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 출처: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이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게임 ‘리니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지난 2001년 8월, ‘리니지’의 오웬 서버 채팅창에 “인천 지역 병원에서 수술 중 피가 모자라 급히 RH-O형 수혈자를 찾는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것인데요, 이 글은 환자의 친척이 올린 것으로, 평소 자신이 즐겨 하던 ‘리니지’에서라면 희귀한 혈액형을 가진 수혈자를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기지를 발휘한 것이었죠.

채팅창을 모니터링하던 엔씨소프트 내 ‘리니지’ 운영자가 이 친척과 연락하여 휴대전화 번호를 채팅창에 공지했고, 불과 몇 분만에 인천에 거주하는 한 ‘리니지’ 사용자가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RH-O형 수혈자의 방문으로 위기에 처한 산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죠.

당시 엔씨소프트는 이 RH-O형 수혈자에게 1년 무료 이용권과 감사패, 그리고 리니지에서 단 한 자루만 존재하는 ‘생명의 검’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이 일은 이후 ‘생명의 검 사건’으로 불렸으며, 온라인게임 순기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2 / 출처: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2 / 출처: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이외에도 리니지의 후속작 ‘리니지 2’에서도 어머니가 사고로 중화상을 입고 수술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소식이 채팅창을 통해 알려지자, 리니지 2 이용자들이 2,400만 원을 수술비에 모아 도운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때에는 게임 내에서 적대관계에 있는 혈맹들도 모금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더 큰 감동을 줬는데, 이런 것이 타 콘텐츠와 차별화된 게임 커뮤니티만의 주요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희귀 난치병인 ‘근이영양증’으로 침대에 누워 지내는 한 이용자가 온라인게임 ‘대항해시대’로 세계일주라는 꿈을 가상으로나마 이루고 또 가족까지 도움을 받은 사례도 게임 커뮤니티의 선기능을 보여주는 예시로 꼽힙니다.

넷마블에서 서비스하던 대항해시대 온라인 / 출처: 넷마블 제공

넷마블에서 서비스하던 대항해시대 온라인 / 출처: 넷마블 제공

지난 2011년, 코에이테크모가 개발하고 넷마블에서 서비스(현재는 버티고 게임즈 파파야 플레이에서 서비스)중이던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도 난치병 환자를 도와주는 이벤트가 열린 바 있습니다.

당시에 게이머였던 ‘해와달’은 근육이 굳어가는 희귀 난치병인 ‘근이영양증’으로 20년 이상을 침대에서 누워 지내면서 좌절하고 있었죠. 거동이 극히 불편했던 그는 세계일주라는 꿈을 이루고 싶었지만 그건 꿈일 뿐이었는데,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알게 되면서 세계일주의 꿈을 가상으로나마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행복하게 게임을 즐기며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을 하던 즈음에, 그에게 큰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해와달의 어머니가 목, 허리디스크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죠. 자신이 겪고 있는 난치병 때문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좌절하던 해와달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은 그와 함께 세계를 탐험했던 동료들이었습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 이용자들과 넷마블이 힘을 합쳐 수술에 필요한 1,800만 원을 지원해 해와달의 어머니는 무사히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청각 장애인 유저를 도운 로스트아크 / 출처: 2021 국정감사 김예지 의원실

청각 장애인 유저를 도운 로스트아크 / 출처: 2021 국정감사 김예지 의원실

마지막으로 스마일게이트 게임 ‘로스트아크’가 이러한 선행을 통해 국정감사 현장에 등장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로스트아크’ 이용자들이 청각 장애인 유저를 도운 사례를 당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칭찬한 것인데요, 당시 김예지 의원은 ‘로스트아크’ 미담 사례를 들며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향상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게임의 커뮤니티에서 생겨난 미담과 선행은 대단히 많습니다. 결국 게임 세계도 사람이 사는 세계이고, 끈끈한 소속감으로 인해 더 남을 돕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러한 게임적 요소의 많은 순기능이 앞으로는 더욱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igelau@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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