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운영 투명성 제고 취지 지적에
업계선 “출혈경쟁 유도할 것”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한 간담회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선정과정과 이자율을 공개하라고 지시하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고 운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제고하라는 취지다. 다만 금융권에선 금고 입찰경쟁이 격화되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지방정부의 금고 선정과 이자율 문제는 체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전국 지자체를 다 조사한 다음에 정부에서 표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게 가능한지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지자체 간 수신 이자율이 2023년 기준 0.5%에서 4.7%까지 차이나는데, 그 이유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뒤 나온 지시다.
금고 선정이 경쟁 입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불투명한 심사과정으로 인해 지자체 간 수신 이자율 차이가 커서 수익 편차도 크다는 게 간담회에서 나온 지적사항이다.
지자체는 금고은행을 선정해 예산 및 공공자금 등을 맡기고, 은행들은 이 자금에 대한 이자를 지자체에 지급한다. 금고의 선정기준은 신청 금융기관의 신용도, 안정성, 이자율, 이용편의성, 협력사업비 등이다.
특히 각 지자체는 협력사업비의 비중을 크게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금융기관이 금고로 선정될 경우 지자체에 출연하거나 지원하기로 제시한 금액을 의미한다. 지자체 입장에선 예산에 편성해 사용할 수 있어 중요 기준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금융권에선 입찰시 이러한 정보가 모두 공개된다면 오히려 출혈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정과정이 공개되면 무리해서라도 경쟁사 보다 더 높은 이자율과 협력사업비를 제시하려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은행의 건전성 악화나 로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국 지자체 금고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전망이다. 금고 선정과정이 공개된다면 지자체들도 관행적으로 계약을 연장하기 보단 더 꼼꼼히 이자율 수준 등을 따져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선 금고제도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가 어떤 방침을 내놓느냐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행안부 역시 금융권의 우려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