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혹은 매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식을 전하는 신문이나 잡지를 모나미 볼펜으로 검은색이 될 때까지 지운다. 때로는 연필이 짤막한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칠해, 흑연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이 광물처럼 반짝이기도 한다. 미술가 최병소(82)가 오래전부터 해온 이런 ‘긋기’로 만든 근작들을 공개하는 개인전이 24일 서울 성북구 우손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다.
작품 약 30점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최병소의 대표작인 신문과 잡지 작품부터 손가락 크기의 성냥갑 작업, 그리고 쓰고 남은 종이들을 이어 붙어 만든 6m 대형 설치 작품이 있다. 거의 모든 작품은 연필과 볼펜으로 긁어 까만 광택이 생겼을 뿐 아니라 너덜너덜하게 찢어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나 ‘라이프’처럼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잡지는 로고만 남긴 채 지워 미디어의 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러한 작품들은 1970년대 한국 실험 미술의 한 단락으로 재조명받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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