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이 인공지능(AI)으로 농업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 AI 활용 범위를 작물 판별과 병해충 진단, 농가 경영까지 넓히며 연구와 현장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이승돈 청장은 첫 메시지에서 “AI·로봇 융합으로 농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적 방식에서 AI·빅데이터·로봇 기술로 전환해 스마트농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농진청이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은 1조1325억 원으로 올해보다 6.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R&D) 예산은 6238억 원으로 10% 확대됐다. 투자 방향은 △AI 기반 스마트농업 확산 △밀·콩 중심의 식량 자급률 제고 △기후대응 종자·정밀 사양기술 개발 △밭농업 기계화와 병해충 방제 △K-푸드·K-농업기술의 해외 확산이다. 단순 연구에 머물지 않고 현장 체감과 산업적 파급을 고려해 사업 전략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예산안은 새 정부 국정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AI 초강대국 도약' 기조에 발맞춰 농업도 AI·디지털 전환을 중심에 두고 식량안보·기후위기·노동력 부족 등 구조적 난제를 풀 열쇠로 기술혁신을 제시했다.

성과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콩 품종은 초분광 영상과 머신러닝으로 95.8% 정확도로 분류했고, 유전자교정 유채는 98%의 정확도로 식별했다. 기존 염기서열 분석에 의존하던 절차를 현장에서 간편하게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강원대와 공동 개발한 꿀벌응애 검출장치 '비전(BeeSion)'은 벌집판을 촬영하면 30초 안에 감염 여부를 알려준다. 정확도는 97.8%에 달하고, 진단 항목은 16종에 이른다. 양봉 현장에서는 연간 860만 원의 수익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기술 개발은 연구실에 머물지 않는다. 농진청은 중앙과 지방을 잇는 'AI 경영혁신 상담지원단'을 발족해 저소득 농가에 데이터 기반 진단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위성영상을 활용한 농업 관측 기술과 기상 관측기 고도화를 더해 재해 조기경보 체계를 강화하고 밭농업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시범사업으로 확산을 넓히고 있다.
이승돈 청장은 “AI와 그린바이오 기술을 융합해 농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기후변화 대응, 식량자급률 제고, 밭농업 기계화·병해충 방제 같은 현안을 해결해 농업·농촌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