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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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국 경제는 반도체산업에 크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 K반도체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임준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저서 <칩 퓨처>에 반도체 연구와 사업 현장을 누빈 30년의 경험을 녹여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칩 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가 미국의 관점에서 반도체 전쟁을 다뤘다면 임 교수는 한국과 대만, 중국의 관점에서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반도체산업을 조망한다. 반도체 기업 종사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저자는 반도체 기업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시장과 동기화된 목표를 갖고 혁신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도체 패키징과 양자 컴퓨팅, 우주 분야 등은 이런 혁신 로드맵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인재 양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도 설명한다. 저자는 1940년대 미국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한 인재들을 모아 탄생시킨 ‘랜드 연구소’ 사례에 주목한다. 당대 최고 인재들이 핵 전략 등 국가 주요 계획을 수립했듯이 한국도 랜드 연구소 모델을 재해석해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독립적 싱크탱크를 설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은 풍부한 사례를 통해 한국 반도체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한다. 폐쇄적 전략을 고수하다 몰락한 인텔, 세계를 뒤흔드는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 흐름을 폭넓게 아우른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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