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풀꽃 시인' 나태주가 전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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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풀꽃 시인' 나태주가 전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광화문 글판에도 걸리며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준 ‘풀꽃’을 쓴 나태주는 ‘풀꽃 시인’으로 불린다. 나태주는 1971년 ‘대숲 아래서’로 등단한 뒤 50여 년간 시집, 산문집, 동화집, 시화집 200여 권을 낸 작가다. 정지용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을 받았다.

그가 쓴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은 아름다운 그림과 따뜻한 말로 삶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에세이다.

책에는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이 함께 담겼다. 스웨덴 국민화가로 불리는 라르손은 사랑하는 아내, 8명의 자녀와 함께 시골집에서 살며 화목한 가정생활을 했다.

그는 이 시절 목격한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을 알록달록한 수채화로 기록했다. 사랑과 애정이 듬뿍 녹아든 라르손의 그림에 나태주 시인의 문장이 더해져 독자의 마음을 다정하게 다독여 준다.

책은 자존감, 결핍, 인생, 행복, 사랑, 가족 등 열두 가지 주제에 관한 나태주 시인의 깨달음과 어울리는 시구를 담았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말씀부터 열아홉 살에 처음 교단에 선 날, 담즙성 범발성 복막염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건 등 저자 인생 전반에 걸친 경험담을 얘기한다.

만으로 80년이 넘는 세월을 산 시인이지만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무정의 용어”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나태주는 “불행과 고난이 전혀 없는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진정 행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깨달음은 누구도 얘기해 주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사는 비결이 아니다. 모두가 서툴고 힘들지만, 그런 고난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너그럽게 용서하며 격려하라는 게 이 책의 요지다.

너무 단순한 조언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따뜻한 한마디와 라르손의 사랑 가득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행복은 단순함에서 온다’는 말이 떠오른다. 삶이 고달프고 매일 자책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이 책 한 권을 읽고 행복이 단숨에 찾아오지는 않더라도, 담백한 글귀와 그림을 보고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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