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동양의 영물 용, 서양에선 왜 괴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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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의 동물/고연희 등 지음/264쪽·2만2000원·문학동네


18세기 조선의 화조화(花鳥畵·꽃과 새를 그린 그림)와 노래에서는 암꿩이 왜 영리한 동물로 등장했을까. 영국 귀족의 무릎 위에 자리 잡은 스패니얼과 퍼그는 어떻게 사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개’에서 애정의 대상이 됐을까.

한국18세기학회가 기획하고 여러 분야의 인문학자 16명이 집필한 책이다. 저자들은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살피며 동물이 인간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시대에 따라 새로운 정치·사회적 의미를 부여받은 과정을 추적한다. 도시가 성장하고 경제 활동과 지역 간 교류가 확대된 18세기에는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다양해졌다. 꿩과 전복, 말, 사슴, 잉어 등 여러 동물이 먹거리나 노동력에 머물지 않고 문화적 표상으로 받아들여진 양상을 보여준다.

생활 가까이 들어온 동물은 감상의 대상이자 정서적 교감의 상대가 됐다. 조선인은 전복 껍데기의 오묘한 빛을 나전공예와 장식에 활용했고, 영국 귀족은 경주마의 초상화를 통해 재력과 취향을 드러냈다. 이름을 얻은 고양이는 사람의 보살핌과 애정을 받았으며, 개들도 사냥과 경비라는 기능적 존재를 넘어 가까운 벗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동물은 정치적 권위와 시대적 이상을 나타내는 데도 동원됐다. ‘팔준도(八駿圖)’는 태조 이성계가 전장을 누빌 때 탔던 여덟 마리 말을 그린 그림이지만, 시대에 따라 표현 방식과 의미가 달라진다. 18세기 숙종 대의 팔준도에는 피 흘리는 전마가 아니라 풀밭을 한가롭게 거니는 말들이 두드러진다. 왕조 창업을 도운 군마의 기억이 태평한 통치와 왕조의 정당성을 나타내는 상서로운 이미지로 바뀌었다.

낙타와 코끼리처럼 낯선 지역에서 온 동물은 조선인이 외부 세계를 상상하는 통로가 됐다. 용은 동양에서는 신성하고 권위 있는 존재로 여겨졌지만, 서양에선 악마나 괴물에 가까운 형상으로 묘사돼 문화권에 따른 인식의 차이도 보여준다.

책은 동물이 인간과 가까이 살아온 존재인 동시에, 인간이 필요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고 이용해 온 대상이었음을 함께 보여준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친밀함과 활용, 보호와 희생 사이에서 끊임없이 달라져 왔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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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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