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피카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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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5.04 17:36 수정2026.05.04 17:36 지면A23

[천자칼럼] 피카츄의 힘

노란색 몸에 빨간색 뺨을 지닌 귀여운 피카츄의 볼이 부풀어 오른다. 파트너 지우가 손을 높이 들고 외친다. “피카츄, 100만 볼트!”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돈 피카츄의 꼬리에서 ‘번쩍’ 번개가 내리친다. 악당 로켓단이 보낸 덩치가 산만 한 포켓몬들이 맥없이 고꾸라진다. 꼬마부터 중년에 접어든 ‘키덜트’까지 한마음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한다. 그렇게 지우와 피카츄의 모험담은 세대를 거듭해서 계속 쓰인다.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이한 포켓몬스터(포켓몬)는 ‘애니메이션 왕국’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헬로키티, 토토로, 아톰 같은 일본산 캐릭터뿐만 아니라 미키마우스, 해리포터, 스타워즈 같은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지식재산권(IP) 누적 수익 세계 1위(136조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트레이딩 카드, 각종 라이선스 상품까지 탄탄한 포켓몬 생태계를 이뤘다. 닌텐도 등이 출자한 IP 관리회사 포켓몬컴퍼니는 2024년 우리 돈으로 4조원대 매출에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양한 외모와 특징을 지닌 9세대 1025종(2025년 기준)에 달하는 캐릭터 군단이 ‘최강 IP’를 일군 기반이다. 2016년 출시된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고는 주기적으로 신규 캐릭터를 추가하며 이용자를 잡아둔다. 희귀 포켓몬이 그려진 카드를 구하려고 아이들은 박스째 카드를 산다. 글로벌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 시장은 23조원 규모(2024년)에 달한다. 미국 경매에선 희귀 ‘피카츄 카드’가 236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포켓몬의 인기는 세계적이다.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희귀 포켓몬카드를 주는 행사에는 4만 명이나 몰렸다. 축구 스타 라민 야말, 팝스타 레이디 가가도 앞다퉈 ‘최애 포켓몬’을 공개했다. 산, 나무, 바위 등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신토(神道)와 각종 요괴 전승이 버무려진 포켓몬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를 전파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K팝과 K푸드 등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IP 분야에선 아직 대표주자가 마땅찮다. 우리도 30년을 내다보고 포켓몬에 버금가는 IP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때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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