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왕’ 권혁, ‘억울한 희생양’으로 둔갑해도 되나[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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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 시도그룹 회장, 개인·법인 체납액 1위 ‘오명’
국세청과 십수 년 벌인 법적 공방서 ‘패소’했지만…
“과세당국의 무리한 조사에 억울” 여론전 시도
세금 한 푼 안 갚고 ‘출국금지 해제’ 노리나

  • 등록 2026-03-30 오전 5:00:03

    수정 2026-03-30 오전 5:00:03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한때 ‘선박왕’으로 위세를 떨쳤던 권혁(75) 시도그룹 회장은 이제 ‘체납왕’으로 불린다. 권 회장 개인은 물론이고 그가 소유한 법인도 체납액 규모에서 압도적 1위다.

그럼에도 최근 권 회장을 ‘국세청·검찰의 무리한 조사·수사에 희생당한 기업가’로 포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권 회장 측은 대법원 판결까지 끝났음에도 밀린 세금납부보다 사실을 호도하는 여론전에 더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이러한 ‘언론플레이’에 힘을 쏟는 속셈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권 회장은 2025년 처음으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권 회장과 과세당국 간 10년 넘도록 첨예하게 벌여온 법적 공방이 2024년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보면, 권 회장은 2025년 12월 말 기준 종합소득세 등 3938억원을 체납 중이다. 그가 소유한 법인인 시도카캐리어서비스·시도탱커홀딩·시도홀딩은 법인세 등 5203억원을 체납했다. 개인·법인의 체납액이 총 914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권 회장 측에선 “대법 확정 판결에서 유죄로 남은 세액이 약 7억원”이라는 주장을 흘리고 있다. 조사는 떠들썩했지만 결과는 고작 7억원인 것처럼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확히 짚자면 국세청이 과세한 수천억원의 세금 중 약 7억원이 차명계좌를 활용한 리베이트 등으로 조세포탈(사기부정)이고, 나머지는 일반탈루라는 게 법원 판결의 요지다. 가산세 40%에 징역형까지 내릴 수 있는 ‘조세포탈’로 판단한 금액이 줄었을 뿐, 권 회장이 내야 할 세금은 여전히 수천억원대다. 국세청이 공개한 체납액은 이를 근거로 한다.

권 회장 측은 대법 판결에 불복해 ‘역외탈세’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주장도 펴고 있다. “국내에서 단 한 푼도 해외로 가져가지 않았고, 해외 사업에 납세 의무를 지우는 건 과도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세무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다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로 생긴 소득에 세금 신고하지 않는 것도 역외탈세”라며 “권 회장이 과세처분을 받을 당시 국내거주자였고, 사업의 실질적인 관리도 국내에서 이뤄져 한국 정부의 과세는 정당하다”고 했다. 국내 유수의 해운사들은 권 회장의 주장처럼 ‘해운업계 관행’대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운영하지만, 권 회장과 달리 국내에서 세금 신고·납부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권 회장은 2013년 법정에 제출했던 자필 탄원서를 최근 공개했다. “조국의 조선업·해운업에 계속 이바지하고” 싶다며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는 내용이다. 권 회장은 국세청과 법적 다툼을 하는 동안에도 6번이나 ‘출국금지 처분취소’ 소송을 냈지만 판판이 졌다. 이번 여론전의 노림수 역시 ‘출금 해제’를 위한 명분쌓기로 짐작되는 이유다.

5000만원 이상의 국세 체납자는 엄연히 출금 대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철저한 집행을 지시한 사안이기도 하다. 결국 은닉재산으로 여론전을 벌여봤자 부질없는 일이다. 권 회장이 한국 땅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밀린 세금을 갚는 방법뿐이다.

권혁 시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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