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한식이 떡만두국인 ‘쿼터 코리안’ 조 로스 “태극마크, 기회 된다면 달고 싶다”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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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필리스 우완 조 로스(32)는 외할머니에게서 한국인의 피를 물려받은 ‘쿼터 코리안’이다.

“아마 이 팀 선수들 중에 내가 가장 쌀을 많이 먹었을 것이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로스는 자신의 한국 혈통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밝은 표정과 함께 말을 이었다.

필라델피아 우완 조 로스는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쿼터 코리안’이다. 사진(美 샌프란시스코)= 김재호 특파원

필라델피아 우완 조 로스는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쿼터 코리안’이다. 사진(美 샌프란시스코)= 김재호 특파원

“한국 혈통은 내게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지낼 때도 있었지만 우리 어머니도 한국계로서 많은 한국 요리를 해주셨다. 거의 매일 밥을 먹으며 살았다.”

그는 현재 LA다저스 프런트로 일하고 있는 형 타이슨 로스와 함께 한국계 형제 메이저리거로 주목받았다. 현재 메이저리그에 얼마 없는 한국계 선수 중 한 명이다.

로스는 “이곳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계, 혹은 한국 선수들을 보기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계 선수로서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에 대한 의미를 말했다.

그는 특별히 기억나는 한국 선수로 최지만을 꼽았다. “최지만은 내가 던지는 공은 진짜 다 쳐낸 거 같다. 한 번은 내가 타자로 1루에 출루해서(로스는 내셔널리그에서 투수가 타격을 하던 시절에도 뛴 선수다) 최지만에게 ‘제발 내 공을 그만 좀 치면 안되겠냐’고 말한 적도 있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로스가 한국계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도 “내 동료중에는 아직도 내가 한국계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으로는 “갈비, 불고기도 맛있지만, 떡만두국이 가장 맛있다”며 보통의 외국인들은 쉽게 꼽기 어려운 떡만두국을 꼽기도 했다. “마이너리거 시절 원정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 먹으면 항상 한식당이 있는지 찾아보고 한식당 메뉴에 떡만두국이 있으면 항상 시켜먹고는 했다”며 밝게 웃었다.

로스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사진=ⓒAFPBBNews = News1

로스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사진=ⓒAFPBBNews = News1

어린 시절에는 한국을 방문한 경험도 있다. “여섯 살쯤 됐을 때다. 한국에 가서 외할머니 가족들을 뵜던 기억이 난다. 아주 어렸을 때라 기억은 거의 나지 않는다. 택시탄 기억과 가게 구경한 기억 정도가 전부”라며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갔다.

이어 “안타깝게도 외할머니는 몇 해전 돌아가셨다. 할머니와 한국에 가보지는 못하게 됐지만, 그래도 어느 시점에는 꼭 가보고 싶다. 선수 생활을 하다보니 여행갈 기회가 많지않다. 지난 2019년에 가족 여행을 갔는데 그게 우리 형이 고등학교 졸업한 2005년 이후 첫 가족 여행이었다. 지금은 부모님도 은퇴하셔서 시간이 많이 나실테니 한 번은 가보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특별하다’고 말했지만, 미국에서 아시아계로 살아가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은 지적에 동의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갖고 있는 베이 에어리어(샌프란시스코만 인근 지역)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나는 오클랜드에서 자랐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산적도 있다.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샌프란시스코에서 의대를 다니셨다. 이곳은 굉장히 다양한 문화를 자랑하는 곳이다. 내 성장 과정에 있어서도 아시아 문화는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다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 똑같지 않음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이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어서 “야구를 하면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멋진 일이다. 지금 야구계에는 흑인 선수들이 많지 않다. 우리 팀에는 지금 타이후안(타이후안 워커)이 있는데 그런 선수들이나 스태프를 만날 때마다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온 선수들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팀 동료를 만났을 때보다 더 반가울 때도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내 유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면 정말 멋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며 생각을 전했다.

지난 2023년 WBC에서 일본 대표로 출전했던 라스 눗바. 로스는 눗바의 모습이 멋저보였다고 말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지난 2023년 WBC에서 일본 대표로 출전했던 라스 눗바. 로스는 눗바의 모습이 멋저보였다고 말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한국계 투수인 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 출전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부모의 국적까지만 인정하는 대회 규정상 한국 대표로 뛰지 못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며 WBC 규정을 자신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전에도 우리 형과 함께 얘기했던 일이다. 뛸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다. 이전에는 부상 때문에 기회가 없었는데 뛸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정말 좋을 거 같다. 지난 대회에서 라스 눗바가 일본 대표로 뛰는 모습이 정말 멋저보였다. 재밌는 경험이 될 거 같다. 내게도 기회가 온다면 고려할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 대표가 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한국 대표로 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한국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은 있다. KBO리그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 KBO리그에는 한국계 투수인 미치 화이트가 SSG랜더스에서 뛰고 있다.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았을 당시 일본 진출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밝힌 그는 “부모님이 은퇴 후 여행을 많이 다니신다. 가끔 내게 사진을 보내오시는데 한 번은 일본에서 야구 경기를 보러 가셨더라. 나는 일본과 한국의 야구장 분위기가 얼마나 흥겨운지도 알고 있다. 워싱턴 시절 팀 동료였던 에릭 페디도 한국에서 뛴 경험을 내게 얘기해줬다. 한국이 정말 에너지가 넘치고 신나는 곳이라고 말해줬다. 우리 가족과 연관이 있는 곳에서 뛰는 것도 멋진 일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한국에서 뛰는 것도 관심이 있음을 인정했다.

로스의 워싱턴 시절 동료 페디는 한국에서 큰 성공을 경험했다. 사진= MK스포츠 DB

로스의 워싱턴 시절 동료 페디는 한국에서 큰 성공을 경험했다. 사진= MK스포츠 DB

한국행을 택한다 하더라도 미래의 일이 될 것이다. 아직 그는 빅리그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필라델피아와 1년 계약에 합의한 그는 현재 29경기에서 41 2/3이닝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5.40 기록중이다. 10일 경기에서는 9회말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를 갖기전 그는 필드에서 캐치볼로 몸을 푼 뒤 동료들과 함께 투구 그립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는 투심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위주의 투구를 했다면 올해는 커터와 포심 패스트볼에 의존하고 있는데 여기에 스위퍼를 연마하고 있다. 헛스윙으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공은 누구나 좋아하기 마련”이라며 새로운 구종을 연마중임을 공개했다.

이제 베테랑의 반열에 올랐지만, 배움은 포기할 수 없다. 워싱턴 시절 팀 동료 맥스 슈어저에게 배운 것이다. “슈어저는 내게 ‘언제든 더 나아지고, 언제든 뭔가를 더할 수 있을 때 더하라’고 말해줬다. 가끔은 실전에서 편안하게 쓸 수 있을 때까지 1~2년이 걸릴 때도 있었지만, 그는 꾸준히 연마했다. 한 번은 커브를 던지기 시작하더니 다음해 좋은 구종으로 발전시켰고 커터는 한동안 실전에 사용하지 않고 연습하더니 다음해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매 시즌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슈어저를 보면서 느낀 점에 대해 말했다.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그는 “지금 리그를 돌아보면 모두가 100마일짜리 강속구, 낙차 폭 20인치짜리 브레이킹볼을 던지고 있다. 여기에 적응하거나, 아니면 그냥 버려져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모든 것들을 잘 가르쳐주고 있는 우리 팀 코치진과 스태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한 연습은 잘되가고 있다”며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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